오비맥주 가격인상에 따라 시장점유율 확대 나서
[뉴스핌=강필성 기자] 맥주 가격인상 시점을 두고 하이트진로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경쟁사인 오비맥주에서 이달 1일부터 가격인상을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가격인상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가장 큰 이유는 맥주시장 점유율이다. 1위 사업자인 오비맥주가 가격을 인상한 만큼 하이트진로는 가격 인상 시점을 늦추는 만큼 맥주 제품에 대한 가격 경쟁력이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마냥 가격 인상을 하지 않기에는 수익성에 악영향도 불가피하다는 점이 부담이다.
1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어느 시점에 맥주가격을 올릴까를 두고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통상 1위 사업자가 가격을 올리면 비슷한 시기에 후발주자들이 가격을 따라 올리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번 맥주 가격인상은 4년만이다. 그동안 맥주업계는 꾸준히 가격인상을 추진해왔지만 번번이 실패한 만큼 가격인상의 필요성은 부정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시기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아직 맥주 가격인상 시점을 두고 고민이 많다”며 “인상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4월 리뉴얼된 맥주 하이트. <사진=하이트진로> |
하이트진로의 이런 태도는 맥주 점유율 때문이다. 오비맥주가 가격을 인상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하이트진로의 판매가 늘 것이란 기대가 작용한 것. 여기에는 맥주 판매를 늘려야한다는 절박한 상황도 포함됐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4월 주력 맥주 제품인 ‘하이트’의 리뉴얼을 통해 맥주시장 점유율 확대를 공언한 바 있다. 당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맥주시장 1위 탈환을 위한 골든타임 확보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포부에도 불구하고 하이트진로 맥주부문의 실적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중이다. 하이트진로의 3분기 누적 맥주 매출은 58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수입맥주 시장이 급성장하고 롯데주류에서 ‘클라우드’ 맥주를 선보이며 경쟁이 보다 격해진 것이 주효했다.
하이트진로가 당장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는 가격인상 카드보다 경쟁사의 가격인상을 이용한 점유율 확대에 나서게 된 것도 이런 상황이 반영됐다. 하이트진로는 2010년 오비맥주에 시장점유율을 역전당한 뒤 최근 6년간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하이트진로의 전략이 얼마나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이트진로 측은 “이미 나가 있는 재고가 있기 때문에 실제 가격 경쟁력이 얼마나 매출에 영향을 줄지는 다음달이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가 연말 성수기를 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맥주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연말이 가장 효율적으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 더불어 일선 업소에서 가격 인상을 앞둔 선매입 수량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은 수익성 때문에라도 가격인상을 단행해야 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얼마나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승부수다”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