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세원 기자] 중국 인터넷 IT기업의 자동차시장 진출세가 거세다. BAT의 주요 축으로 불리는 바이두와 알리바바를 비롯해 중국의 유튜브라 불리는 러스왕에 이르기까지, 첨단 인터넷 기술에 기반한 IT 기업의 차세대 자동차시장 선점우위 경쟁이 뜨겁다.
◆ 바이두·알리바바, 차세대 자동차시장에서도 우위 확보
중국 IT 공룡 BAT 중 자동차시장에 가장 먼저 눈길을 돌린 것은 바이두다.
바이두는 BAT 경쟁사 가운데에서도 가장 먼저 사물인터넷자동차인 IoV(Internet Of Vehicle) 시장에 눈을 돌렸다. 바이두는 2005년 바이두지도(百度地圖, Baidu MAP)를 출시하자마자 업계 선두 입지를 구축했는데 이 때부터 교통, 자동차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바이두는 특히 무인자동차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2014년 1월 바이두는 무인차 사업 진출을 공개 선언했고 2015년에는 첫 무인자동차 모델을 공개해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 차량 탑재용 소프트웨어인 ‘카넷(Carnet)’을 발표한데 이어 ‘운전자, 차량, 스마트폰’을 연계시킨 플랫폼구축 프로젝트에 나서며 무인차 시장 진출을 가속화했다. 2015년에는 카라이프(Carlife)라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아우디, 벤츠, 폭스바겐, 현대차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했다.
바이두는 자율주행차개발 프로젝트 관련 BMW 등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노하우를 쌓았으며 최근에는 비야디(BYD), 치루이(奇瑞) 등 현지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모바일인터넷 시장에서 바이두는 BAT 중 가장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인공지능(AI) 시장은 선점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鎮)에서 열린 제 3회 세계인터넷대회에서 리옌훙(李彥宏) 바이두회장은 “모바일인터넷 시대는 종식됐다. 인공지능(AI)이 차세대 IT먹거리 부상할 것”이라며 IT 트렌드의 세대교체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바이두는 개막식 첫날 무인자율주행 트럭을 공개했으며 무인차 18대를 배치해 우전시내를 돌아 볼 수 있는 시승 기회를 제공하며 기술력을 뽐냈다. 리옌훙 바이두회장은 3년내 무인차를 상용화하고 5년내 양산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중국의 또 다른 ‘IT공룡’ 알리바바의 행보도 눈에 띈다. 알리바바는 2014년 지도어플 분야 업계 2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오더롼젠(高德軟件, AMAP)을 인수한데 이어 2015년 4월에는 루창커지(路暢科技)와 스마트차량용 네비게이션 ‘YunOS’을 공동 출시하는 등 차량 보조기기 및 소프트웨어 기술력 확보에 있어 눈에 띄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3월에는 현지 자동차제조업체 상하이자동차(上海汽車, SAIC)와 커넥티드카 개발에 10억위안을 투자하겠다고 발표, 자동차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올해 7월에는 상하이자동차와 인터넷 운영체계 ‘YunOS’를 탑재한 첫번째 커넥티드카 ‘룽웨이(Roewe)RX5’를 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알리바바와 상하이자동차가 출시한 룽웨이(Roewe)RX5 <사진=바이두(百度)> |
◆ 러스자동차·거리전기, 의욕은 앞섰지만 성과는 ‘글쎄’
중국의 유튜브라 불리는 러스왕(LeEco, 이하 러에코)의 계열사인 러스자동차와 거리전기는 자동차시장에 야심차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자금난 등 문제로 발목이 잡힌 모습이다.
러에코는 2014년 12월 중국판 테슬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전기차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같은 해 미국 내 전기차업체 패러데이퓨처를 설립하고 테슬라 기술자를 대거 영입하며 사업확장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 현재 러에코의 자동차 연구개발인력은 중국 내 700여명, 북미 지역 400여명에 달한다. 올해 초 스포츠형 전기차를 선보이기도 했던 러에코는 2018년까지 연간 40만대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해 다시 한번 시장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미국 공장 건설 중단, 자금난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장미빛’으로만 가득할 것 같던 러에코의 앞날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공격적 사업 확장에 따른 투자비용 확대, 부채상환 능력 악화 등 소식이 전해지며 이번달 초 러에코 주가는 연일 폭락했고 일각에서는 “러에코가 지금의 곤경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자동차 사업 확장을 중단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까지 했다.
이에 자웨팅(賈躍亭) 러에코회장은 “단기적으로 출혈이 심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전기차 사업은 러에코의 신성장동력이 돼 줄 것”이라며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러에코는 자웨팅 회장의 장강상학원 동문으로부터 6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현지 매체에 따르면 조달액 중 대부분은 러스자동차 자금난을 해결하는데 집중 투입될 전망이다.
IT기업은 아니지만 중국 백색가전의 전통강자 거리뎬치(格力電器)도 전기차 시장 진출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펼쳐왔다.
지난해 거리뎬치는 현지 리튬전지업체 주하이인룽(珠海銀隆) 인수 계획을 발표하고 전기차 밸류체인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후에도 둥밍주(董明珠) 거리뎬치 전회장은 전기차 사업 진출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며 사업확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거리뎬치의 적자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휴대폰 등 둥 전회장이 주도한 신사업이 연이어 실패하면서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최근 둥민주 거리뎬치 전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거리뎬치의 전기차 프로젝트도 사실상 무산됐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이렇듯 중국 주요 기업의 업종을 초월한 차세대 자동차시장 진출 행보가 천차만별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중국 유력 경제 매체 왕이차이징(網易財經)은 업계 한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인터넷 기술 역량만 믿고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스마트자동차, 무인자동차를 불문하고 자동차생산의 핵심은 결국 완성차 제조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매체는 “알리바바의 경우 직접 완성차시장에 뛰어들기보다는 기존 자동차제조업체와 제휴를 맺고 차량에 IT기술 탑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자동차시장 진출 비용 부담이 큰 만큼 알리바바식의 신중한 접근 방식이 승산이 높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원 기자 (mshwangs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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