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96만여명, 이동 불편으로 의료 사각지대 놓여
[세종=뉴스핌 이진성 기자] # 22살인 윤모씨는 2년 전 경추 1,2번 골절로 사지마비와 호흡마비 척수장애인이 됐다. 혼자서 체위변동이 어려워 욕창이 자주 생기고 모든 생명유지 활동을 가족의 도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전문재활치료를 통해 집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됐지만, 퇴원 후에는 합병증에 따른 간헐적 혈압 상승 등의 문제로 수시로 119와 민간이송지원단을 호출해 가까운 종합병원을 드나드는 일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교통비만 30만원 내외가 소요되고 가족의 하루일정이 모두 어긋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그러던 중 지난 8월부터 장애인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이 같은 불편이 사라졌다. 스마트폰으로 의원급 의료기관 의사와 대학병원의 주치의, 가정간호사 등이 동시에 화상으로 윤모씨에 대해 대화와 관찰을 하면서 집에서도 적절한 처치를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은 의료취약계층을 위해 원격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문규 차관은 25일 양산부산대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원격의료는 도서벽지 주민이나 노인․장애인 등 의료취약계층의 의료복지를 실현하고, 만성질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여 국민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양산부산대병원은 장애인단체총연합 등 장애인단체와 함께 장애인원격의료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현장방문은 장애인 당사자들로부터 장애인원격의료 서비스모형과 법·제도 등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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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시스템.<사진=보건복지부> |
방 차관은 양산부산대병원 스마트헬스케어센터, 양산장애인복지관, 김모씨 자택을 방문해 원격의료서비스가 이뤄지는 모습을 직접 살펴보고, 현장을 함께 방문한 장애인단체의 대표들과 장애인원격의료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현장방문에는 장애인단체총연맹과 장애인단체총연합회, 지체장애인협회, 농아인협회, 척수장애인협회, 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장애인부모연대가 참여했다. 복지부는 올해 9월부터 장애 특성에 적합한 원격의료서비스 모델 개발을 목표로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 재가 장애인 및 장애인복지시설 거주 장애인, 복지관 이용 장애인을 위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시범사업은 양산부산대병원 주관으로 지역 의원 2개소와 복지관 3개소, 장애인거주시설 3개소가 참여하고 있다. 이달 기준으로 장애인 163명이 등록해 원격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방 차관은 원격의료가 중증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96만5000여명의 중증장애인이 이동의 불편 때문에 의료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신마비 등으로 누워서 생활하는 최중증 장애인은 간단한 검사를 위해 병원을 방문할 때도 민간구급차를 이용하고 있다. 1회 방문에 교통비만 수십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방 차관은 또 전체인구와 중증장애인의 건강검진 수검율이 20%p(전체인구 72.2%, 중증장애인 50.1%, 2012년 기준) 이상 차이 나는 것도 중증장애인의 의료이용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지표로 볼수있다고 설명했다.
방 차관은 원격의료가 이러한 장애인의 의료기관 이용 편의를 크게 제고해 줄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방 차관은 원격의료 현장을 둘러보고 “장애인의 경우 접근성의 제약으로 의료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원격의료의 필요성이 높고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라면서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장애인의 의료접근성 문제를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날 함께 참석한 김광환 지체장애인협회 회장은 “원격의료 도입은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건강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다"면서“원격의료 도입과 함께 방문서비스 확대, 장애인주치의 제도도입, 의료기관의 편의 및 접근성 강화 등의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