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집단 총요소생산성 점차 하락 추세…보다 경쟁적 환경 조성으로 효율성·역동성 제고해야
[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기업집단 비중 증가 추세가 시장의 자원배분 효율성 및 역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시장경쟁적인 환경 조성을 통해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역동성을 높이는 동시에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성장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덕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일 '최근 기업집단 증가 추세의 특징과 시사점' 제목의 보고서에서 "기업집단 비중 증가 추세가 시장의 자원배분 효율성 및 역동성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우리 경제에서 기업집단 소속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면서, 우리나라 기업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상용근로자 수, 50인 이상 기업 중에서 기업집단 소속 기업이 차지하는 기업체 수 비중은 2008년 38%에서 2014년 48%로 10%p 증가했다.
특히, 2008~2014년 기간 중 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비중 확대는 독립기업(자회사 또는 모회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 기업)의 지배구조 변경에 주로 기인하는데, 이 중 독립기업이 기업집단으로 지배구조를 변경해 이동한 경우가 더 많았다.
<자료=한국개발연구원> |
문제는 기업집단으로 이동한 기업이 독립기업 대비 높은 생산요소 투입 증가율을 경험했으나, 부가가치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아 우리 경제의 생산성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독립기업에서 기업집단으로 지배구조를 변경한 기업은 독립기업으로 남아 있는 경우와 비교해 5년 동안 자본은 1.36배 더 많이 증가했지만, 부가가치는 1.16배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집단으로 지배구조를 변경한 기업이 상대적으로 생산요소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바, 독립기업에서 기업집단으로 지배구조를 변경한 기업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독립기업에 비해 연평균 약 1%p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독립기업의 진입률이 연평균 9.1%인 반면 기업집단은 5.4%에 불과하고, 퇴출률은 독립기업이 연평균 7.6%인 반면 기업집단은 5.3%에 불과한 것을 볼 때, 기업집단은 독립기업보다 더 낮은 생산성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독립기업보다 더 낮은 생산성에 도달할 때까지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이러한 결과는 최근 독립기업의 지배구조 변경에 따른 기업집단의 비중 확대가 우리 경제의 자원배분 효율성 및 생산성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며 "신규진입 기업집단의 총요소생산성은 신규진입 독립기업에 비해 평균적으로 5.8% 낮았으며, 퇴출 기업집단의 총요소생산성 역시 퇴출 독립기업보다 12.5% 더 낮았다"고 말했다.
경제 전체의 자원배분에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기업집단을 형성하는 것은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 최적화된 선택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업집단을 형성할 경우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내부거래를 통한 거래비용 절감, 외부충격에 대한 위험 공유, 생산요소에 대한 접근성 강화, 소유지배구조의 왜곡을 이용한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추구, 자(모)회사로 분할함으로써 중소기업으로 남아 있고자 하는 소위 '피터팬 효과'를 통한 정부 지원의 지속 수혜 등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조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중소기업에 대한 보조금, 조세혜택 등 다양한 정부정책이 존재하는바, 유망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혹은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기보다는 기업분할 등을 통해 중소기업으로 남아 있으려는 유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보다 시장경쟁적인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역동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아울러 지배구조와 상관없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유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