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의 사익추구가 문제…기업 경영 감시·감독 강화해야
[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법인세율 인하가 기업 투자 확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창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8일 '법인세율 변화가 기업투자에 미치는 영향' 제목의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상장기업은 법인세율이 인하될 때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남 연구위원은 "최근 법인세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기업투자가 부진, 법인세율을 다시 인상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됨에 따라 법인세율이 기업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엄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2002년부터 2014년까지 우리나라 상장기업을 분석한 결과, 법인세평균실효세율이 1%p 인하될 때 투자율은 0.2%p 증가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법인세율 인하의 투자 확대 효과는 기업 경영진의 사익추구를 방지했다면 더욱 확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국내 기업 경영진이 지위를 이용해 합법적으로 사익을 추구하거나 불법적으로 회사자금을 유용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는 경영진의 투자에 대한 왜곡된 결정으로 인해 기업조세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 연구위원은 "분석 결과, 우리나라의 경영진은 영업이익 및 현금성자산의 0.09%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 미국의 0.01%보다 9배나 높았다"며 "이는 우리나라의 경영진에 대한 내외부 감시·감독 장치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취약하거나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이 같은 경영진의 사익추구는 법인세율 인하 효과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기업에 대한 법인세평균실효세율이 영구적으로 1%p 인하될 때 기업의 투자율은 단기적으로 0.29%p 증가했는데, 경영진의 사익추구가 가능한 환경에서는 단기적으로 투자율이 0.21%p 증가하는 데 그쳐, 법인세율 인하 효과가 28%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남 연구위원은 "법인세율 인하는 기업의 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경영진의 사적이익 추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법인세율 인하 효과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28% 작게 나타났다"며 "경영진의 사익추구가 가능한 환경에서는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가용자금의 일부를 사익을 위해 현금성자산으로 축적함에 따라 사적유인이 없을 때보다 투자 확대의 폭이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현재의 기업환경에서 법인세율이 인상될 경우 기업투자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욱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법인세율이 인상되면 기업은 현금흐름이 감소하기 때문에 현금성자산을 이용해 투자의 감소폭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경영진이 현금성자산 등에서 사익을 편취할 유인이 있으면 현금성자산을 줄이는 대신 오히려 투자를 더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어서다.
남 연구위원은 "따라서 정부는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경영에 대한 내외부 감시·감독 기능을 강화해 기업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의해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