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판에 9000원대 가격 전망..국내산보다 1000원 이상 비싸
신선도도 보장 못해..대형마트 "판매 여부 결정 못해"
[뉴스핌=함지현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국내에 들어오는 미국산 계란이 대형마트 진열대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국내산 계란보다 가격이 비싼 데다 짧은 유통기한 등으로 인해 신선도 역시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산 계란을 판매한 경험이 없는 대형마트들은 아직까지 판매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 부족 사태가 심해지는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계란을 '1인 1판'만 판매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수입되는 계란은 한 알에 300원 정도의 가격이 매겨질 전망이다. 수입 계란의 원가와 국내 유통비 등을 더하면 소매가격이 약 316원이지만, 민간 업체 간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가격 협상이 이뤄지면 약 290원대가 될 것으로 정부측은 보고 있다. 30알 한판 기준으로 본다면 약 9000원대다.
이는 현재 국내 대형마트에서 팔리고 있는 가격보다 높은 가격이다. 대개 수입산 식제품이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발휘해 왔던 것과 반대되는 상황이다.
현재 롯데마트는 무항생제행복대란(30구)을 729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의 알찬란(대란, 30구) 가격은 7580원, 홈플러스 대란 30구는 7990원이다.
미국산 계란의 신선도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통상적으로 실온상태에서 계란의 유통기한은 약 30일 정도인데, 수입물량의 경우 검역·위생 절차가 최대 18일까지 소요된다.
정부는 이 기한을 최소화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배송에 걸리는 시간까지 포함했을 때 수입에서 시판까지 최소 11일 정도는 소요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이 경우 시중에서 판매될 수 있는 기한은 19일 가량으로 대폭 줄어든다.
일각에서는 아직 소비자들 사이에 미국산 계란을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해 선뜻 구매에 나설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대형마트들도 미국산 계란을 판매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특히 롯데마트나 이마트 등 주요 업체들은 미국산 계란을 판매해 본 사례가 없어 수요 예측 또한 쉽지 않다.
설 명절을 앞두고 국내산 계란의 수급저하가 이어지면서 계란의 가격이 폭등할 경우 미국산 계란을 통한 수급안정에 나설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하지만 수입계란을 우회할 수준까지 가격이 높아질지는 미지수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가격도 비싸고 신선도도 보장할 수 없는 계란을 굳이 판매할 이유가 없다"며 "아직까지는 수입산 계란을 판매할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다음달 까지 수입하는 계란에 한해 항공운송비 50%를 지원하기로 했다. 국내 유통업체 한 곳이 수입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번 주말까지 약 164만개의 미국산 계란이 항공기로 수입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