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격 피하기 위해, 마감시점 임박해 제출할 가능성"
[뉴스핌=김선엽 기자] 하나금융투자는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기자회견에서 시장이 기대했던 감세와 인프라 투자 관련 내용이 언급되지 않음에 따라 트럼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또 트럼프 당선자가 5~6월이 돼서야 감세정책, 인프라 투자와 관련된 구체적 내용이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있다고 설명했다.
17일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시장은 이번 주 토요일로 예정된 대통령 취임식에서 재정정책과 관련된 구체적 안이 제시되길 다시 기대하고 있다"며 "신임 대통령은 2월 첫째 월요일까지 다음 회계연도의 예산안을 제출하기로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시장에서는 트럼프 당선자가 이 시한을 넘길 것이란 루머와 함께, 5~6월이 되어서야 감세정책, 인프라 투자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두 가지 배경이 거론된다. 우선 예산안을 2월 중 제출하지 않음으로써 트럼프 행정부는 예산안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을 피할 수 있고 청문회를 개최할 필요도 없어진다.
연방정부 적자와 부채증가가 수반되는 예산안을 내놓을 경우 청문회에서부터 공격을 받아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예산안 통과 마감시점에 임박해, 전년과 유사한 예산안을 내놓아 통과시키고 5~6월 조정(Reconciliation)과정을 통해 감세정책을 입법화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또 예산정책에 대한 주도권을 트럼프가 가지지 않고 공화당에 넘겨주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기존 대통령들이 예산관리국장을 우선적으로 지명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는 12월 중순이 지나서야 임명했다.
당선 직후에도 안보, 무역, 일자리 등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고 예산, 강달러 등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재정과 관련된 법안은 트럼프가 아닌 공화당 주도하에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 연구원은 "이러한 방식은 공화당 내 트럼프를 신뢰하지 못하는 보수 공화당원들을 만족시키는데도 도움이 된다"며 "공화당은 과거에도 '조정' 과정을 통해 주요 감세정책을 입법화 시켜왔음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동일한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는 취임식에서 구체적인 안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시장에서는 일부 실망감이 나타나며 금리는 지루한 박스권에 갇힐 가능성이 있다.
그는 "그러나 과거에도 중요한 감세정책들이 조정과정을 통해 입법화 되어왔음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투자자들은 결코 강한 베팅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며 "공화당이 야심찬 재정정책을 보다 확실하게 현실화시키기 위해 시기를 지연했다는 인식이 형성된다면 금리는 하락하더라도 박스권의 하단을 뚫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