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기업 대출 차단 비판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융권 규제 강화를 위해 지난 2010년 도입된 도드 프랭크법을 대대적으로 개정할 뜻을 밝혔다.
기존 규제의 75%를 폐기할 것이라고 공약했던 그는 1930년대 글래스-스티걸법의 부활로 통했던 도드 프랭크법을 철회시킬 의사를 30일(현지시각)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뉴시스> |
이날 소기업 경영자들과 백악관에서 회동한 트럼프 대통령은 도드 프랭크법이 기업 여신을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대폭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도드 프랭크법은 재앙에 해당한다”며 “은행권 대출이 가로막혀 소규모 창업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며, 기존의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일도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도드 프랭크법을 폐지 또는 대폭 축소하는 방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강한 의지를 보였던 부분이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이후 금융주가 강한 랠리를 펼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20일 공식 취임 이후 트럼프 팀은 도드 프랭크법의 폐지를 적극 옹호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법안에 대한 ‘손질’의 폭에 대해서도 결정된 바가 없고, 행정명령 승인이나 의회 법안 상정 중 어떤 행보를 취할 것인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주장과 달리 도드 프랭크법 도입 이후 은행권 대출은 크게 늘어났다.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은행권 대출은 오바마 행정부가 이 법안을 통과시킨 2010년 7월 1조2000억달러에서 약 7년 사이 70% 급증, 최근 2조1000억달러에 달했다.
다만, 소기업 대출이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축소됐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00만달러 이하 여신 비중이 20%로, 도드 프랭크법 도입 직전인 2010년 2분기 31%에서 크게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도드 프랭크법 관련 발언은 규제 완화 행정명령에 승인한 가운데 나왔다. 그는 기업의 자금 확보 및 외형 성장을 어렵게 하는 연방 정부의 규제를 대폭 폐지한다는 공약을 적극 이행하고 있다.
하지만 도드 프랭크법의 폐지가 그리 간단치 않은 문제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를 폐지하거나 전폭적으로 완화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상원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 그렇지 않을 경우 필리버스터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도드 프랭크법을 와해시키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상원 은행위원회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워싱턴 초당파적 정책센터의 저스틴 샤딘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도드 프랭크법이 소기업 대출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분명하게 가려지지 않았다”며 “금융위기 이후 개혁이 초래한 파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은행권 대출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