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경기 침체에 수시 채용만 만지작…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여전
[뉴스핌=한태희 기자] "대기업이 3~4월 채용 공고를 내면 중소기업은 4월말 지나서 공지합니다. 시간이 남았지만 경기가 나쁘다 보니 아직 채용 계획도 못 짜고 있습니다." (월드클래스 300 A기업)
다음달이면 대학생 상반기 채용 시장이 본격 열리지만 중소기업은 손가락만 빨고 있다. 내수경기 침체와 불확실한 경제 상황으로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것. 현장에선 올해 신규 채용을 건너뛰고 경기가 좋아지면 뽑자는 얘기마저 나온다.
27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절반은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이 없다. 지난해엔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 협회·단체 중심으로 청년을 1명이라도 더 뽑자는 캠페인도 열었는데 올해는 그럴 여력이 없다는 분위기다.
한 중소 바이오사 관계자는 "올해 채용 계획은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며 "채용을 한다해도 필요한 인원만 뽑는 수시 채용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수도권에서 파이프를 만드는 S사 관계자 또한 "결원이 생겨야 새로 뽑는다"며 "당분간 채용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채용 계획을 못 짜는 배경엔 경기침체가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날 공개한 2월 중소기업 업황실적건강도지수는 73.5다. 지난 1월과 비교해 1포인트 떨어졌다. 업황실적건강도지수는 중소기업이 해당 월에 체감한 경기를 숫자로 표시한 지표다. 이 지표가 100을 밑돌면 경기가 좋다고 답한 기업보다 나쁘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이 많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이 지수가 100을 넘은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중소기업 부진이 계속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중소기업은 3개 중 2곳은 내수부진을 경영 애로 사항으로 지목한다.
2016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일자리 박람회 모습 <사진=이형석 사진 기자> |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는 갈수록 벌어진다. 지원자가 적거나 신규 채용을 해도 이들이 곧 떠난다는 의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으로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 절반 수준이다. 300인 이상 대기업은 월 평균 561만원을 받는데 중소기업은 306만원을 받고 있다.
반도체 제조 장비를 만들어 삼성이나 LG 등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관계자는 "인력 충원을 했는데 대기업 취직하겠다며 퇴사하는 사람을 나오면 손해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기숙사 제공 등으로 복지를 확대하려고 하지만 (대기업과) 갭이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