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유승민·안철수, '홍준표 사퇴' 한 목소리
문재인, 사퇴 촉구 없어…보수층 표심 걱정?
[뉴스핌=정경환 기자] 대선 후보 간 물고 물리는 관계를 여실히 보여준 토론이었다. '성폭력 범죄 공모' 비난을 받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를 향해 사퇴 촉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만은 한 발 물러서 있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23일 제1차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TV 법정토론에서 "성폭력 공모한 사람에게 후보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며 홍준표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왼쪽)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날 심상정 후보는 첫 번째 공통질문 답변에서부터 홍준표 후보와는 토론을 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그는 "성폭력 공모자를 (대선) 후보로 인정할 수 없고, 홍준표 후보와 토론하지 않겠다"며 "국민들의 자괴감과 국격을 생각할 때 홍준표 후보는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는 "이건 네거티브 아니다"면서 "홍준표 후보는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돼지 흥분제 강간 미수의 공범으로, 인권과 국가 지도자 품격의 문제"라며 "피해 여성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홍준표 후보는 "45년 전 18살 때 모 대학 하숙집에서 있었던 사건으로, 친구가 성범죄 기도하려는 걸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면서도 "12년 전 자서전에서 고해성사했고, 정말 후회하며, 용서 바란다"고 해명했다.
그는 다만 "12년 전에 공개하고, 잘못했다고 한 건데 그걸 다시 거론하는 건 (너무하다)"며 "다시 말하지만, 정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사퇴 촉구는 계속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홍준표 후보 사퇴해야 한다"며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정부 실패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데다 자서전(에서 밝힌) 성폭력 모의도 용서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를 홍준표 후보가 "내가 사퇴하면 안철수 후보한테 도움이 많이 되는 모양이지?"라고 받자 안철수 후보는 "그런 거 없다"며 "빨리 사퇴하라"고 되받았다.
한편, 후보들 간 사퇴 공방이 오가는 속에서도 문재인 후보는 짐짓 한 걸음 떨어져 관망했다.
유승민 후보는 "(홍준표 후보 사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문제"라며 "민주당은 사과하라고만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준표 후보가 사퇴하면 문재인 후보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지 의심된다"며 "문재인 후보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후보는 명시적인 사퇴 촉구는 하지 않았다.
홍준표 후보가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을 왜 두 번이나 사면해줬냐"며 "또 거짓말 할 거냐"고 계속 묻자, 문재인 후보는 "지금 그런 말할 자격 제일 없는 사람이 홍준표 후보다"면서 "다들 사퇴하라고 하지 않느냐"라고 언급한 게 전부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