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허정인 기자] 점심시간을 막 넘긴 오후 12시 15분. 서울 마포구 성산2동 제2투표소에는 미소를 머금은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새 대통령에 대한 각자의 염원을 담아 한 표, 한 표를 행사했다.
제 19대 대통령 선거 당일인 9일 마포구 성산2동 제2투표소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허정인 기자> |
두 자녀를 두고 있는 워킹맘 배민정(가명·38) 씨는 아이들을 위해 나왔다고 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인 사람들만 잘되는 게 아니라, 누구나 공정한 평가를 통해서 능력에 따라 성공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집에 꼬맹이가 두 명 있는데, 지금부터 기반을 다져놔야 할 것 같아서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진수(가명·40) 씨는 “교육분야 공약을 꼼꼼히 봤다”며 “부모 두 명 모두가 일을 해야만 양질의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현 체계보다는 공교육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았다. 꼭 공부를 잘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 말고, 우리 아이들이 내실화된 공교육을 통해 다방면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뜻을 전했다.
이날 시민들은 노동문제도 언급했다. 회사원 김현지(가명·33) 씨는 “비정규직 문제가 꼭 해결됐으면 좋겠다. 노동 쪽 공약을 많이 보긴 했는데 공약은 뽑히고 나서도 많이 바뀌는 부분이라 일단은 최대한 공약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은 사람, 그리고 정당을 보고 뽑았다”고 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장의민(가명·26) 씨 역시 “현재 일을 하고 있다 보니 노동 쪽으로 가장 믿음이 가는 후보를 뽑았다”며 “법적 노동시간을 준수하고, 또 필요할 때 골라 쓰는 비정규직보다는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고용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전 정권에 대해 회의감을 드러내는 시민들도 다수 있었다. “바를 정, 다스릴 치” 71세 조형숙 할아버지는 “정도(正道)로 가는 것이 느린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가장 빠르고 옳은 길인데, 역대 통치자들은 ‘정치’의 뜻과 전혀 다른 길로 왔다. 앞으론 옳은 길로 가야 한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조 할아버지는 “예전에는 이익을 놓고 정치를 봤는데 나이 칠십 먹고 보니 옳은 게 우선이더라. 옳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돼야 한다”고 했다. 욕심부리지 않고 마음을 비우면 길이 보인다고 할아버지는 나지막이 일갈했다.
이성식(가명·51) 씨는 “세부 공약도 중요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전 정권의 적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후보를 뽑았다. 나라의 원칙이나 기강, 과거의 불투명했던 정치를 개선시키기를 기대한다”며 바람을 전했다.
오후 1시 서울 마포구 성산2동 제2투표소는 총 3300명 투표권자 중에 1300명 가량이 투표를 마쳤다. 인터뷰 중인 기자를 뒤로 하고 “투표는 소신투표!” “아니야, 될 사람 뽑아”하는 부부의 옳은 투닥거림이 들렸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