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씨 "삼성에서 어쩔 수 없이 끌려간다는 느낌 받아"
[뉴스핌=김겨레 기자]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로서 승마계 전반을 지원하려했으나 최순실씨의 방해로 최씨 딸 정유라만 지원하게 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전·현직 삼성 임원 5인에 대한 13차 공판기일이 열렸다. 이날 박재홍 전 승마국가대표 감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박 전 감독은 지난 2015년 10월 마장마술·장애물 등 도쿄올림픽 대비 승마팀을 만들기 위해 독일로 파견됐다가 삼성이 정유라만 단독 지원하자 반발해 귀국한 인물이다.
그는 이날 법정에서 최순실 씨가 정유라의 마장마술만 지원토록 했으며 그밖의 승마 지원은 막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박 전 감독은 "독일에 장애물용 말은 한마리도 없었고 마필을 제공받은 적도 없다"며 "정유라가 탈 마장마술 말만 보러다녔다"고 했다.
또 "제가 (장애물용) 마필 차량을 보려고 네덜란드까지 가기도 하고, 차량 가격까지 협상을 다 해놨는데 (최씨가) 안 된다고 하니까 난처한 상황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은 삼성에서 분명히 자금 지원을 했을 것 같은데, 그걸 (최씨가) 장애물쪽으로 쓰기가 아까웠겠죠. 마치 자기 돈처럼 생각했겠죠"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간에서 최씨가 그런 장난을 계속 치면서 안 된 것 같다"며 "삼성에서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 측 변호인은 "삼성은 진정 다른 선수를 지원하려 했고, 해당 선수들도 이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최씨의 방해로 이런 지원이 실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게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감독에 대한 지원은 삼성이 정씨의 단독 지원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들러리용' 지원이었는데 선뜻 승낙한 이유가 무엇이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 전 감독은 "들러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장애물 팀을 맡아서 삼성에서 지원을 해 주면 올림픽까지 가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오후 재판의 증인으로 소환된 김종찬 전 승마협회 전무는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