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10년 수익률곡선 평탄화.. 경기 우려 반영
[뉴스핌=이영기 기자] 미국 채권 시장이 6월 금리인상을 준비하고 있는 연방준비제도(Fed)에 조심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수익률곡선을 보면 2년물 수익률은 올라가는 반면 10년물 수익률은 내려가는 '플래트닝(flattening)'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수익률곡선의 변화는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꺾일 때 나타나는 것이어서, 과연 미국 경제가 성장을 가속화할까에 의문이 생긴다는 것이 전문가의 시각이다.
16일(현지시각) 자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헤지펀드를 포함한 펀드 운용자들이 미국 장기국채 수익률이 하락한다는 쪽으로 베팅한 거래가 2008년 이래 최대에 이른 동시에 단기금리 상승에 대한 베팅은 지난 1993년 이래 최고 수준에 가깝다.
TD증권에 따르면, 지난 9일 청산되는 10년짜리 국채선물의 순매수 규모가 229억 달러였다. 이는 지난 2월 400억 달러까지 올라간 순매도와는 정반대 추세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강력한 경제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본부<사진=블룸버그> |
투자자가 단기채권 대신에 장기 국채로 자금을 이동시켜 생기는 이런 수익률곡선의 변화는, 긴축정책이 경기를 냉각시킬 것이란 전망을 반영한다.
자칫하면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우를 범할 수 있는 상황으로 풀이되는 것이다.
레이먼드제임스의 채권부문 대표 케빈 기디스는 "연준은 금리 정상화를 계속하기 위한 나머지 하나의 조건으로 높아지는 인플레이션을 언급했다"면서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뚜렷한 데이타가 없다면, 무모하게 금리 정상화를 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인상은 한마디로 이제 회복하고 있는 경제를 다시 질식시키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지난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통계에 따르면 근원 물가 압력이 2015년 이래 처음으로 연준의 물가상승 목표치 2%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달러화지수가 지난 11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가 연준의 금리인상 부담을 덜어주는 여지가 남아있기는 하다.
오펜하이머펀드의 크리슈나 메마니 수석투자위원은 "현재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연준이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면서 "마치 6월 금리 인상이 기정 사실처럼 알려졌지만 인플레이션과 성장이 둔화되는 신호는 연준이 통화 긴축을 뒤로 미루도록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329%로 지난해 말 2.446%에서 0.117%포인트 내려왔다. 반면 2년물은 1.299%로 1.159%에서 0.140%포인트 올랐다. 2009년래 최고 수준이다.
연준이 시장과의 소통을 원할하게 하고 있어 이런 양상을 잘 반영하겠지만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노던트러스트자산운용의 채권부문 책임자 콜린 로버트슨은 "2년 내에 미국이 경기후퇴를 겪을 확률은 10% 정도"라면서도 "하지만 수익률곡선이 계속 평평해지면 6월 금리인상 이후에 9월에도 금리를 올릴지는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