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 기자]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가 서울시교육청의 지위 유지 결정에 일반고 전환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외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만큼,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경문고, 세화여고, 장훈고, 서울외고 등 특수목적고교 4곳에 대해 재지정을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국제중·외고·자사고 재평과 결과 발표 및 중·고 체제개편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이에 따라 이들 학교는 기존 특수목적고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당분간'이다.
가장 큰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와 외고 폐지를 골자로 한 고교체제 개선을 주요 교육공약으로 내걸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교육공약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최종 임명될 경우, 이들 학교가 다시 한 번 폐지 기로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재지정 결정을 내린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역시 폐지를 철회한 것이 아니라 내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제도 폐지에 반발하는 학부모들의 표심을 의식해 일시적으로 한 발 물러선 것이라는 해석도 추후 자사고·외고의 위기 재현을 예견하는 이유 중 하나다.
조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법 개정을 통한 일괄적 전환'을 주장했고 정부 방침이 확정되면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의 장관 임명이나 조 교육감의 특목고 폐지 촉구와는 별개로 기존 자사고·외고 제도가 유지되더라도 다음 재지정 평가가 다시 한 번 변수가 될 전망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국제중·외고·자사고 재평과 결과 발표 및 중·고 체제개편 제안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현재 자사고와 외고의 설립 근거가 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에 따르면 '교육감이 5년마다 시·도 교육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학교의 운영 성과 등을 평가해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지정 취소가 가능하다.
실제 이번에 재지정 통보를 받은 4개 학교들 역시 지난 2015년 정례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재평가 대상으로 결정된 곳들이다. 이 외에 당시 평가에서는 서울 미림여고와 우신고, 대전의 서대전여고 등이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했다. 그 전에도 부산 동래여고, 서울 동양고 등이 일반고가 됐다.
일반고로 전환한 학교들은 대부분 정원 미달에 따른 재정난 악화를 경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학생과 학부모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교육과정 운영 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5년 마다 재지정 평가가 계속되는 현행법상 재지정 시기마다 자사고·외고 폐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위기를 넘겼더라도 이들 학교를 포함한 자사고와 외고들이 최대 5년 뒤에 또 재지정 여부를 두고 갈등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임명되면 고교 체제 개선은 예견된 수순이라고 봐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식이나 시기는 결정된 것이 없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자사고와 외고 제도에 대한 개선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