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노조·원전업계 조직적인 저항 '구심축'
이명박·박근혜 정부서 승승장구한 TK 출신 관료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신고리 원전 5·6기 공론화가 시작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게 정치권과 원전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정부 차관 출신으로 '소신 발언'에 박수를 보내는 시각도 있지만, 새 정부 핵심공약에 반대하는 인사가 공기업 사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과 철학을 잘 아는 이관섭 사장이 반기를 든 것은 결국 '사표'까지 염두에 두고 배수진을 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원전업계 조직적인 저항 구심축…'사퇴 카드' 배수진
이관섭 사장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신고리 5,6호기 영구중단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한수원 사장으로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공론화 과정에서 영구중단이 결정되지 않도록 한수원 이사들과 경영진이 적극 노력하겠다"면서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또한 "지금 공사 현장에는 정부의 일시중단 요청이 있고 난 후에 사실상 작업이 중단돼 있다"며 "약 1000여명의 근로자들이 일을 못하게 될까 우려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수력원자력 노조 150여 명이 13일 경주시 양북면에 위치한 한수원 본사 로비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관섭 사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반기를 들자 한수원 노조와 원전업계는 기다렸다는 듯이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며 조직적인 저항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한수원 노조는 공기업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위험수위를 넘나들며 반정부적인 주장을 거세게 외치고 있고, 한수원 경영진도 노조를 '방패' 삼아 반대여론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이관섭 사장의 소신발언과 행동에 대해 원전업계는 한수원 사장으로서 당연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이 사장의 성격상 '사퇴'를 염두에 두고 소신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공기업 사장의 신분을 망각하고 '원전 마피아'를 대변하는데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26일 예정된 국회 상임위(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여당 의원들의 거센 비판이 예상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26일 상임위에서 일부 의원들이 한수원 사장에게 '사퇴'를 요구할 것으로 안다"며 여권의 심각한 분위기를 전했다.
◆ 이명박·박근혜 정부서 승승장구…문재인 정부 핵심공약에 '쓴소리'
이관섭 사장의 이력을 보면 문재인 정부에 반기를 든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대구 경북고 출신으로 관가에서는 TK 출신 중에도 '성골'로 비유되는 인물이다.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사진=한수원> |
특히 박근혜 정부시절 원전업무를 총괄하는 에너지자원실장(1급)을 역임한 뒤 산업정책실장을 거쳐 1차관까지 오르며 이른바 '잘 나갔던' 인물이다. 그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관섭 사장은 1996년 김영삼 정부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발탁됐고 이명박 정부시절에도 선임행정관(국장)에 기용됐다. 산업부(당시 지식경제부)에 복귀한 뒤에는 에너지산업정책관(국장)을 맡으며 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에 앞장섰고 2011년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1급)으로 승진하며 동기들을 제치고 승승장구했다.
2012년 산업부(당시 지식경제부) 복귀한 뒤에는 에너지자원실장을 맡았고 박근혜정부 들어 선임 실장인 산업정책실장을 맡았다가 2014년 7월 1차관에 올랐다. 차관시절에도 이례적으로 2년 이상 '장수(長壽)'하며 TK 정부의 혜택을 마음껏 누렸다.
최근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사퇴가 이어지고 있다. 이승훈 가스공사 사장이 지난 20일 임기를 1년 가까이 남겨두고 사퇴했으며, 박기동 가스안전공사 사장이 24일 사표를 제출했다.
산업부 산하 에너지공기업 외에도 김학송 도로공사 사장과 강면욱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최근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에 반기를 든 이관섭 사장이 언제쯤 소신있게 사퇴 카드를 내던질 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