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당제 받아들이지 않고 양당제 고수… "고립 자초"
정책적 제안 제시로 야당 규합 나서야
[뉴스핌=조세훈 기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드라이브에 연달아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 공조를 이끌어내기보단 양당구조를 복원하려는 전략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홍준표(왼쪽) 대표가 홍문표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철우 최고위원. <사진=뉴시스> |
한국당은 지난 22일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3당 연합 속에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제1야당 고립에 "정치적 야합"이라고 반발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열렸던 사람(인사청문회), 조직(정부조직법), 돈(추가경정예산) 처리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국당이 여당의 '한국당 고립 전략'에 적기 대응을 못했다고 본다.
한국당이 다당제라는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 패배 직후 한국당은 야당과의 공조 구축 대신 "야당은 우리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준표 당 대표는 당선 직후 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찾았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외면했다. 그러면서 두 당을 겨냥 "흡수될 당", "기생정당"이나 "2중대", "3소대" 정당이라고 깎아 내렸다. 여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다른 야당은 의도적으로 무시해 양당구조를 형성하려는 전략이지만 되레 '왕따'가 돼가는 모양새다.
최근 증세 논의를 위해 민주당이 꺼내든 여야정 협의체에서도 추경 때처럼 한국당만 고립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각각 '논의주제 확대', '포괄적 세제개편안 제시'를 받아들일 경우 여야정 협의체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2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협치를 내팽개치고 여당 2중대, 3중대와 야합 날치기를 하거나 작당하는 식의 꼼수 정치를 한다면 여야정 협의체는 또 한 번의 쇼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당이 무책임한 발목잡기 대신 정책적 대안 제시로 야당을 규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반대를 어떻게 엣지있게 하느냐, 즉 대안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며 "이번에 담뱃값 인하는 내용적으로 보면 우스운 측면이 있지만 이런 시도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