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구속때와 달리 입장 표명 없어…현 정부 눈치보기?
[뉴스핌=정탁윤 기자] "충격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기업가 정신을 크게 후퇴 시킬 것이다."
지난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을 당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한국무역협회 등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이 내놓은 논평이다. 개별 기업 사안에 이례적이라 할 만큼 강도높게 이 부회장 구속을 비판했다.
그랬던 경제단체들이 지난 7일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받은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닫았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이 부회장 구형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경총, 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모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개별 기업 사안에 대해 논평할 것이 없다"고 했고, 다른 단체 관계자는 "아직 최종 법원 판결이 나온 사안이 아니기에 내부적으로 별도 입장을 내지 않기로 정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개별 기업 사안이라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다소 궁색하게 들린다. 지난 2월 이 부회장 구속 당시와 비교되기 때문이다. 당시 경총은 "삼성의 경영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와 국제신인도 하락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충격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강한 톤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상의도 "글로벌 경쟁의 최일선에 있는 국내 대표기업이 경영공백 상황을 맞게 된데 대해 우려와 안타까움을 표한다"며 "수사가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되고 매듭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재계 일각에선 이들 경제단체들이 현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별도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선고를 앞둔 식물정부 상태였고, 지금은 새 정부 임기 초반으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7월말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주요 기업 총수들이 청와대에서 '건배'를 하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재계는 긴장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법인세 인상을 비롯 상생협력, 일자리 창출, 정규직 확대 등 어느 것 하나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여기에 현 정부가 한때 재계 대표 단체였던 전경련을 '적폐'세력으로 규정한 것도 이들 경제단체들의 발언을 제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전경련은 지난 3월 혁신안을 발표하고 이름도 '한국기업연합회'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중에 있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저희가 뭐라고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 않느냐"며 "전경련 혁신작업에 매진할 것"이라고 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