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 건 사드 철회 기대는 '판단 미스'
'현 제재로는 타격 없어, 압박 강도 높여야' 주장
[뉴스핌=황세원 기자] 1992년 8월 24일 국교수립 후 한중 양국은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교류하며 전례없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지난해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중 관계는 냉각기에 접어들었고 이 같은 기류는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24일 한중 양국 정상은 수교 25주년을 맞아 축하 메시지를 교환했지만, 기념식을 각자 따로 개최하는 등 얼어붙은 한중 관계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중국은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만 해도 사드 철회 가능성에 높은 기대감을 표했지만, 지난달 29일 북한의 화성 14호 발사 이후 문 대통령이 최종 배치나 다름 없는 잔여 사드 ‘임시 배치’를 결정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후 중국 당국과 주요 관영 매체는 비난 수위를 적절히 조절하며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지만, 현지 일부 매체는 추가적인 경제 제재 및 군사적 조치 필요성 등을 제기하며 강경 대응론을 설파하고 있다.
지난 22일 중국 국수주의 성향 매체 하이장짜이셴(海疆在線)은 “한국이 사드 철회를 결정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며 “차라리 현실적 대응 방안과 장기 전략을 마련하는 게 현명하다”고 밝혔다.
매체는 “지난 5월 한국 새 정부 출범 이후 중국이 한반도 사드 철회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던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확고한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는 현지 일부 매체의 잘못된 보도에 따른 환상이다”고 밝혔다.
대선 경선 기간 문 대통령이 국회 비준을 통한 사드 배치 재검토, 다음 정권 결정 등을 주장한 것은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해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과정상의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인데, 중국 매체의 보도 과정에서 마치 문대통령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반대 입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부각됐다는 게 해당 매체 지적이다.
하이장짜이셴은 “한국은 사드 배치가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말하지만 이는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적 조치”라며 “중국은 국가 이익 수호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매체 다중왕(大眾網)도 한국의 국내 여론 및 사드 운용·시스템 비용 미국 부담 원칙 재확인 등 최근 상황을 고려할 때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중국의 일부 보도와 달리 실제 대다수 한국인은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이러한 여론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체가 인용한 상하이 사회과학원 국제문제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최근 사드 배치 관련 한국 여론 조사 반대 입장은 2016년 11월 45.7%에서 2017년 3월 37.9%로 감소했다. 반면 찬성 입장은 같은 기간 46.3%에서 50.6%로 증가했다.
매체는 “사드 배치 철회를 결정하려면 전 국민적 지지가 절대적인데 최근 한국의 여론 조사를 보면 사드 배치 결정 수용 의견이 우세하다”며 “70% 이상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국민 여론을 거스르며 모험을 할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일부 국수주의 성향 매체는 한국에 대한 추가적인 경제 제재 및 군사적 조치 필요성도 제기했다.
중국의 온라인 매체 하이장짜이셴(海疆在線)은 “사드 배치 관련 중국의 경제 제재로 한국 경제가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근본적인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며 “중국은 기술력 제고 및 시장 육성 등을 통해 한국이 비교 우위에 있는 산업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지난해 한중 관계 경색 후 한국의 관광업, 면세업, 유통업 등이 매출에 타격을 입었지만 반도체는 오히려 상반기 기준 대(對)중 수출이 48% 증가하는 등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며 “금한령(禁韓令)이나 한국 관광 금지 정도의 조치로는 중국이 원하는 것을 얻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현지 매체 중화왕쥔스(中華網軍事)는 “한반도 사드 배치는 미국 주도의 한미일 삼각 동맹을 강화하는 것으로 중국은 러시아 등과 적극 협력해야 한다”며 “상황에 따라 군사적 조치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황세원 기자 (mshwangs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