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재 회장, "정부 시스템 부재·농가 교육 부족이 문제 키워"
"GP센터 설립은 이력추적 시스템의 출발점..복지농장도 대안"
단순·투명 유통 '강조'…선진 시스템 작동원리 배워야
[뉴스핌=장봄이 기자] "이번 사태로 소비자들에게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죄송하다. 저희도 검사 강화나 사육환경 개선 등 단기적인 대안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소비자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이번 기회에 산업의 기틀을 잡아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홍재 대한양계협회 회장을 지난 11일 만났다. 이 회장은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서도, 농가 대표자로서 반성하는 모습을 잊지 않았다. 9년간 협회 부회장을 지낸 그는 지난 4월 21대 회장에 취임했다.
이 회장은 정부 시스템 부재와 농가의 교육 부족을 이번 파동의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지난해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서 문제를 키웠다고 했다. 그는 "AI가 나타났을 때부터 협회에서 전국을 네다섯 구역으로 나눠 절반 정도는 교육을 했다. 하지만 정부 인력이나 자금이 모두 AI에만 투입되다 보니 부족한 면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 <사진=뉴시스> |
이어 "전체 산란계 농가 중 90% 정도는 협회 회원으로 등록돼 있는데 앞으로 모든 농가들이 교육을 이수해 관련 수료증을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며 "또 살충제 성분 문제는 산란계 농가뿐만 아니라 농업, 축산업 전반에 대한 문제다. 안전성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천연 살충제 개발에 대해선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 천연 물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반면, 국내 수요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수익성이나지 않는다는 것.
그는 "우리나라 산란계 전업 농가는 1100여개 정도라서 민간 회사가 천연 살충제를 개발해도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2년 전부터 정부가 관련 R&D(연구개발) 예산을 세워 놓았지만 아직 효과가 없다. 국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
이 회장은 단기적인 방안으로 항생제나 살충제 검사 기간을 빨리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년에 몇 번 실시할 건지, 검사 기간을 우선 정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 1년에 한 번 실시하던 검사 주기를 당분간은 분기에 한 번 실시하는 게 적당하다"면서 "검사 방법도 일원화해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대안책으로 등장한 GP센터나 동물복지농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특히 GP센터 도입에 적극적이었다. 협회는 지난 2013년에도 GP센터 국내 도입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업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개선책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회장은 "GP센터의 운영 주체나 방식에 대해선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공적으로 운영하면 이상적이지만, 운영 방안이나 규정을 만들고 민간에 맡기면 된다"면서 "다만 GP센터는 가격과 물량을 통제할 수 있게 되는데 그때 발생하는 문제점은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GP센터는 이력추적 시스템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한 달에 한 번이나, 일주일에 한 번 농가를 쉽게 점검하면서 견제할 수 있고, 유통 구조도 단순하고 투명하게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유통 센터의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용 문제와 관련해선 투자 비용이 많이 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투자로 인해 제품 가격이 올라가더라도 소비자들이 충분히 지불할 용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목적에 충족된다면 GP센터가 국내에서 쉽게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소비자들이 신뢰 소비하는 직거래의 경우 GP센터를 거치지 않는 예외로 둘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산란계 농가뿐만 아니라 농업 전반에 대한 시스템 점검도 촉구했다. 당장 불거진 문제만 수습하는데 급급하기 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체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다가, 문제가 터지면 그때서야 해결하려고 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며 "시스템 개선에서도 계란만 보지 말고 농수산 전반에 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선진국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시스템 작동 원인을 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뉴스핌 Newspim] 장봄이 기자 (bom22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