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주=코스피행' 정설화..투자자금 유입 우려
"거래소 통합지수 개발, 뒷북" 원성도
[뉴스핌=최주은 기자] 셀트리온의 코스피시장행이 결정되면서 코스닥시장에 후폭풍이 일고 있다. 코스닥시장내 시가총액 2위이던 카카오에 이어 1위 셀트리온까지 둥지를 바꾸자 여타 코스닥기업들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 동시에 한국거래소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29일 셀트리온은 인천 송도컨벤시아 2층 회의실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안건으로 상정된 ‘코스닥 시장 조건부 상장 폐지 및 유가증권 시장 이전 상장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주주총회에는 의결권 있는 주식 1억2263만5222주의 51.4%인 6272만5207주가 참여했다. 출석 주주는 1만3324명으로 과반 이상이 코스피 이전 상장에 찬성했다.
대장주의 잇단 코스피 시장행에 코스닥 업체들의 불안과 불만이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코스닥시장 내 대형주는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긴다는 인식이 굳어지면 투자 유입이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코스닥 업체 한 관계자는 “덩치가 불어난 대장주들이 잇달아 코스피 시장으로 가고 있어 상대적으로 코스닥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면서 “‘대장주=코스피행’이 정설화되면 누가 코스닥 시장에 관심을 갖겠냐”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전 상장이 마무리되면 셀트리온은 SK이노베이션(18조3544억원)에 이어 시가총액순위 18위(17조2915억원)에 오를 전망이다. 반대로 코스닥시장에선 시가총액 17조원이 넘는 최대의 대장주가 빠지게 되는 셈이다.
앞서 시가 총액 2위(지난 7월 기준:8조3571억원)였던 다음카카오도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선 2003년과 2008년에는 엔씨소프트와 네이버가 이전 상장했다.
잇단 코스닥 대장주의 코스피행에 한국거래소가 뒤늦게 자구책을 내놓기도 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통합지수’ 개발도 그 일환이다. 또 새로운 기업 상장 유치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하종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부부장은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가 코스닥시장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의무조항 신설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코스닥 상장사들의 불만을 적극 해소하는데도 귀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철 코스닥협회 경영지원본부장은 “카카오에 이어 셀트리온도 코스닥 시장을 떠나면서 이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면서 “투자자들이 손해보지 않고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투자환경 조성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 안팎에선 거래소의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통합지수’ 개발에 대해 뒷북이라는 지적이다.
코스닥 한 관계자는 “이보다 훨씬 앞서 엔씨소프트, 네이버, 카카오가 순차적으로 코스닥 시장을 떠났지만 그동안 시장 관리 주체들은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않았다”며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 상장 얘기가 나온 뒤에야 통합지수 개발 소식이 들렸는데 이는 너무 늦은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셀트리온은 오는 10월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폐지를 신청하고, 내년 2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11월말이나 12월경 코스피 상장주관사를 선정하고 예비심사 절차를 밟을 공산이 크다. 절차상 코스피 상장과 코스피200 편입은 각각 내년 2월과 3월에 가능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김형기 셀트리온 사장은 "주관사 선정 후 거래소에 예비심사 제출 등의 절차를 고려하면 연내 이전상장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심사 기간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대략 내년 1~2월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전 상장 결정 직후 셀트리온 주가는 내림세를 보이다 현재 강보합세로 전환됐다. 이전 상장 결정 직후인 10시 이후 하락하던 주가는 오후들어 상승반전하며 이 시각 현재 전일대비 200원 오른 14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