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영란은행(BOE)이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파운드화가 오히려 약세를 보이고 있다. 중앙은행이 매우 느린 통화정책 정상화를 진행할 것이라는 성명서 내용이 이날 파운드 약세를 부추겼다.
2일(현지시간)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 오전 8시 46분 현재 파운드/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6% 내린 1.3106달러를 기록 중이다. 영국 국채금리도 하락하고 있다. 10년 만기 영국 국채(길트) 금리는 7.5bp(1bp=0.01%포인트) 하락한 1.272%를 기록 중이다.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회(MPC)는 이날 기준금리를 0.25%에서 0.50%로 인상했다. 찬성은 7표, 반대는 2표였다. 영란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2007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영란은행은 현재 4350억 파운드의 국채와 100억 파운드의 회사채 매입 규모는 유지하기로 했다.
파운드 급락<그래프=블룸버그> |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에도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진 것은 영란은행의 비둘기파적(dovish, 온건한 통화정책 선호) 기조 때문이다. 영란은행은 "모든 위원이 다음 금리 인상이 점진적인 속도와 제한적인 정도로(at a gradual pace and to a limited extent) 기대된다는 데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결국, 금리 인상이 느리게 진행되고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지도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영란은행의 입장이 예상보다 온건하다고 평가했다.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의 콜린 엘리스 크레딧 전략 책임자는 "금리는 오랫동안 아주 점진적으로만 오를 것"이라면서 "이같이 온건한 금리 전망은 과거 정책금리가 가파르게 올랐던 통화정책 사이클과 다르다"고 진단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새뮤엘 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란은행이 다시 금리를 올리려면 12개월은 걸릴 것이고 이것은 회의 전 시장이 기대한 것보다 6개월 더 오래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란은행은 1년, 2년, 3년간 인흘레이션 전망치를 각각 2.37%, 2.21%, 2.15%로 제시해 목표치인 2%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로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영국의 물가는 3년간의 경제 전망 기간 후에도 2%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성장률은 올해 1.6%, 내년 1.6%, 2019년과 2020년 1.7%씩으로 각각 예상했다. 카니 총재는 경제성장률이 더디지만 가라앉은 상태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날 영란은행이 발표한 경제 전망은 향후 3년간 2차례의 25bp(1bp=0.01%포인트) 인상을 근거로 작성됐다.
온건한 기준금리 인상에 주식시장도 환호했다. 영국 런던 증시에서 FTSE100지수는 장중 7552.75까지 올랐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