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작성 대상국은 EU 비회원 92개국에 그쳐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말타 네덜란드 등 문제국 빠져
[뉴스핌=이영기 기자] 우리나라를 포함한 17개 국가를 유럽연합(EU)이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이 진짜 범인 가리기는 아닌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는 '그레이 리스트'에 있는 47개 국가에서 대부분의 조세회피 행위가 발생하고 있고, 이 중에는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말타 그리고 네덜란드 등 EU회원국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조세 회피가 직접 발생하는 나라가 그레이리스트에 포함된 것은 이들이 조세 공평성과 투명성, 기타 이슈에 대한 개선 이행을 약속했기 때문으로, 여기에 오히려 의미가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EU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17개 국가를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우리나라가 포함된 것에 대해서는 외국인투자지역과 경제자유구역 등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소득-법인세 등 감면 혜택과 관련해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사진=블룸버그> |
'블랙리스트'는 공식적인 명칭으로는 EU 조세 정책에 대해 '비협조적인 조세관할권'이다. 이 명단에 오른 국가는 우리나라 외에도 파나마, 튀니지, 아랍에미리트(UAE), 바베이도스, 카보베르데, 그레나다, 마카오, 마셜제도, 팔라우, 세인트루시아, 미국령 사모아, 바레인, 괌, 몽골, 나미비아, 트리니다드토바고 등이다. 대부분 경제 규모가 작거나 자치령인 섬지역들이다.
이날 영국 가디언 지는 아직 구체적인 제재 방안이 정해지지 않고 그렇게 될 가능성도 높지 않아 그냥 이름 그대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오명을 주는 것에 그칠 수 있다면서, 일종의 '눈가림'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글로벌 NGO 옥스팜은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말타, 네덜란드가 앞으로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어야 하지만 이번 목록에는 EU 비회원국만 대상으로 했다며 비판했다. 옥스팜은 EU 회원국 35개국과 더불어 대상이 되는 비회원국 92개국 외에 35개국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 목록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 블랙리스트는 '눈가림'용… 그레이리스트도 주목해야
가디언 지는 블랙리스트보다는 정도가 약해 보이는 그레이리스트에 오른 47개 국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케이만군도, 바누아투, 귀른시, 저시, 버뮤다, 아일오브맨 등 6개 지역도 포함돼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국가들은 파라다이스 페이퍼 등에서 쉽게 눈에 띄는 곳으로 특히 버뮤다와 아일오브맨은 드러나는 곳이다. 6개국 모두가 법인세율이 제로(0%)이고,더구나 아무런 영업행위 없이 이익창출이 인정되는 곳이다. 말하자면 스포츠웨어 브랜드 나이키가 버뮤다 등에 현금을 120억달러나 쌓아놓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 조세권역이 '그레이리스트'에 있는 이유는 이들 국가는 조세의 공평성이나 투명성, 기타 이슈에 대해 개선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2018년말까지 그 성과를 두고봐야 한다. 비록 이를 모니터링할 조직이 아직은 애매모호하지만 그래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있어 블랙리스트 보다는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블랙리스트 국가들에 대한 것은 향후 정해질 제재 방안이 중요하다. 제재방안에 대한 EU회원국의 협의가 얼마나 잘 될지는 아직 의문이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47개 국가를 '그레이리스트'로 지정했지만, 이들은 세금 정책과 관련해 EU 표준에 부합하지 않지만 차후 정책 조정을 약속한 나라들이다"라며 "반면 블랙리스트 국가들은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나라들"이라고 설명했다.
EU가 조세관련 블랙리스트 등을 작성하자고 초안을 만든 프랑스 정치가 삐에르 모스코비치는 "불행하게도 회원국 어느 국가도 구체적인 제재방안에 대해 동의를 하지 않는다"면서 "전체적으로 동의하지 못한다면 개별 회원국들이 일방적으로 제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6일 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EU의 조세 피난처 블랙리스트에 대해 보도하면서 "프랑스 등은 과세 규칙 투명화에 협조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금융 지원을 차단하는 제재 방안을 제안하고 있는 반면 제재를 도입하면 투자자 자금 유입이 억제되고 비협조적 과세지역 목록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규세 규칙 개선 압박이 된다고 보고 회원국의 입장도 감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