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영흥도 낚시어선 전복 사고 후 안전 규정 미비 지적
낚시어선은 여객선 규정 적용 안돼 안전 관리 부족
해수부 법 개정 추진했지만 어민·지자체 반발에 표류 중
[뉴스핌=심하늬 기자] 낚싯배 사고가 해마다 늘고 있는 실정인데도 안전 규정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6일 해양수산부가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연간 낚시 어선 사고 발생 건수는 2013년 77건에서 2016년 208건으로 3년 만에 약 170% 증가했다.
올들어 8월까지 160건이 발생했다. 바다낚시 성수기인 9~11월 사고 집계를 더하면 연간 사고 발생 건수는 지난해 수준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해양경찰 등 관계자들이 낚싯배 선창1호를 현장감식하고 있다. 선창1호는 지난 3일 오전 6시 12분께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영흥대교 인근 해상에서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됐다. 이 사고로 승선원 22명 중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이형석 기자 leehs@ |
이처럼 바다낚시와 관련한 사고가 해마다 증가세이지만, 승객 안전을 위한 규정은 미비하다.
우리나라 낚싯배는 어선법에 따라 운행된다. 선장을 제외한 선원 1명만 타면 승무 기준에 부합한다. 한 번에 20명의 낚시꾼이 타는데도 관리자는 2인에 불과해 비상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벌어진 인천 영흥도 선창 1호 낚싯배 전복 사고 또한 운항 규정을 잘 지켰는데도 발생했다. 승선 정원 22명을 지켰으며, 승객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였다. 하지만 관리자는 선장과 선원 단 두 명이었다.
낚싯배가 여객선으로 규정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현행 선박안전법에 따르면 13명 이상이 승선하는 선박(여객선·유도선)은 5년에 한 번 정기검사와 함께 1년마다 중간검사를 받는다. 하지만 낚시어선은 어선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5년에 한 번 정기검사, 중간에 한 번 기본적인 안전검사만 받게 돼 있다.
검사 주기가 길다 보니 낚싯배들은 운항 중 고장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올해 해경은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는 낚시어선을 180여 건 발견해 견인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13명 이상이 탑승한 배는 무조건 여객선으로 규정돼 안전 관련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낚싯배는 승객의 안전을 위한 인명구조 장비 사용법과 유사시 대처요령 등 안내 방송을 하지 않아도 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연안 해역을 운항하는 소형 여객선에도 안내 방송이 의무화됐지만, 여객선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낚싯배는 예외다. 선원 안전교육 또한 여객선은 전문기관에서 받게 돼 있지만, 낚시 어선은 4시간 시청각 교육으로 대신한다.
정부도 어선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수년 전부터 관련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어선 관리·감독 강화 법안이 올해 9월 본회의에서 통과돼 내년 9월부터 시행된다. 신설된 제19조4에 따라 1년 이상 정기검사 또는 중간검사를 받지 아니한 어선의 등록이 말소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낚싯배를 여객선으로 규정해 관리하는 법안은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해수부는 지난해 '승객을 13명 이상 태우면 여객선으로 규정하고 그에 따른 규제를 해야 한다'는 해양안전관련 국제협약 권고에 따라, 낚싯배 규제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하지만 어민과 낚시 관광이 활발한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법안이 표류 중이다.
[뉴스핌 Newspim] 심하늬 기자 (merongy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