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수정 기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옛날이 좋았지"라고 회상한다. 그것이 친구들과의 추억이 가득한 학창시절이라면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기억이 미화되었음을 감안해도 학창시절은 주로 '그리움'의 정서를 자아낸다.
연극 '밀레니엄 소년단'은 그리운 학창시절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있다. 지난해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으로 초연했던 작품이 새로운 이름과 각색을 통해 한층 깊이 있게 재탄생 했다. 작품은 지훈, 동우, 형석, 명구의 열정 가득했던 학창시절과 사회인이 되어버린 현재를 통해 변해버린 관계, 그럼에도 소중한 우정을 그린다.
병원장 아들인 동우는 격없이 대해주는 친구 지훈, 형석, 명구와 즐거운 학창시절을 보낸다. 함께하면 무서울 것 없었지만, 지훈이 추락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지면서 우정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12년 후, 지훈이 깨어나면서 멀어졌던 이들이 다시 모이지만 변해버린 현실에 계속 어긋나기만 한다.
공연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된다. 때문에 이들의 관계 변화가 더욱 직설적으로 다가온다. 학교 폭력을 당하던 동우를 구해주면서 시작된 우정은 그저 빈 체육실에서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힘든 아파트 물청소를 함께 하고, 생일 때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러나 삼십대 중반이 된 이들은 더이상 생일 때에도 만나지 않는 사이가 됐다.
뇌사상태에 있다 깨어난 지훈은 관객들에게 변해버린 현실을 더욱 실감케 한다. 여전히 그 시절에 멈춰있는 지훈에게 동우는 모르는 척 하고, 명구는 돈을 바라고, 형석은 그의 전 여자친구와 결혼했으니. 관객들은 지훈을 동정하면서도,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은 연락이 안 되는 친구들, 다시 한 번 만나고픈 친구들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오른다.
물론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이 변하지는 않는다. 지훈을 추락케한 결정적 사건이 공연 말미에 공개되는데, 이는 초연에는 없었던 부분이다. 극적 구조를 첨가하면서, 캐릭터의 말과 행동이 더욱 타당해지고, 각 캐릭터의 입체감이 더욱 살아났다.
무엇보다 남자들의 우정을 그렸지만 여성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리얼리티로 무장한 그들의 대사, 디테일은 다르겠지만 한번쯤 경험했을 법한 에피소드는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여기에 지구 멸망을 예언하는 노스트라다무스와 마야 달력, 2000년대를 풍미했던 가요들이 더해지면서 관객들은 향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번 공연은 각 인물별로 트리플 캐스팅이 진행됐다. '지훈' 역은 배우 박동욱, 이형훈, 정순원, '동우' 역은 민진웅, 주민진, 이강우, '형석' 역은 이태구, 김호진, 김다희, '명구' 역은 전석호, 송광일, 김연우가 맡는다. 모든 배우가 뛰어난 연기력을 가지고 있기에, 캐스트를 바꾸면서 달라지는 매력, 보는 재미도 있을 듯하다.
연극 '밀레니엄 소년단'은 오는 2018년 2월 4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주)창작하는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