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 대표이사 내정
가치투자 하우스, 운용업계 '든든한' 축 자리매김
허남권, 21년 신영운용 산증인...가치투자 양대축
[뉴스핌=김승현 기자] 국가대표급 가치투자 ‘대가’들이 올해 잇따라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르며 눈길을 끌고 있다. 코스피가 ‘박스피’(박스권+코스피)를 뚫으며 2500선 수준으로 한단계 레벨업 된 시점에서도, 업계 안팎에선 저평가된 가치주(vaue)를 발굴해 꾸준한 성과를 내는 하우스들이 운용 시장의 한 축으로 든든히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장 내정자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새 대표이사로 이채원 부사장이 내정됐다. 이 부사장은 이번주 발표될 한국금융지주 정기 임원인사에서 공식 선임된다. 이후 이달 말 예정된 주주총회 이후 내년 1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5월에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당시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업계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이채원 사장과 허남권 사장은 국내 가치투자의 산 증인들. 두 사람은 나이도 비슷하고(허남권 1963년생, 이채원 1964년생)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계열 증권사 포함)에서만 일해온 회사내 살아있는 역사란 점도 공통점이다.
이들은 저평가된 가치주를 발굴해 ‘즐거운(?)’ 마음으로 인내하며 고수익을 내는 가치투자 철학과 비슷한 커리어를 쌓았다. 수익률 감소로 마음 고생을 했던 때도 있었지만 자기만의 투자 철학을 지켜 결국 투자자의 신뢰를 이끌어냈다는 점도 비슷하다.
이채원 사장은 지난 1998년 동원투자신탁운용(현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국내 첫 가치투자 펀드인 ‘밸류이채원펀드’를 개발, 운용했다. 이후 1999년 기술주 ‘버블’ 속에 운용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끝까지 투자 원칙을 고수했다. 2000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주식운용팀장으로 회사 고유계정을 맡아 6년동안 코스피가 56% 상승할 동안 435% 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달성했다. 그가 가치주로 판단했던 롯데칠성, 아모레퍼시픽 같은 종목들은 동원증권의 한투증권 인수 시드머니(seed money)가 되기도 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허남권 사장도 올해 21년 된 신영자산운용의 산 증인. 신영증권에 입사한 뒤 신영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겨 신영운용내 근속경력만 20년차인 '신영맨'이다. 신영운용에서 '신영마라톤', '신영밸류고배당' 펀드 등을 업계 대표펀드로 키웠다. 이들 펀드는 여의도 ‘선수’들도 인정하고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꼭 담기를 권하는 ‘잇템’ 상품이다.
지난 2011년에는 수익률 부진으로 고객과 판매사에 사과편지를 썼던 아픔도 있었지만, 가치투자 철학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진일보한 운용방식을 가져갈 것을 약속, 투자자의 믿음에 화답했다.
허 사장은 대표 취임 후 첫 작품으로 지난 7월 신영마라톤중소형주펀드를 출시했다. 대대적인 마케팅없이도 신영과 허 사장의 이름값으로 설정액 3000억원을 넘어 현재 소프트클로징(잠정 판매 중단)에 들어갔다. 중소형주 펀드를 운용하는 다른 운용사 관계자들의 놀라움과 부러움은 당연한 결과다.
이채원 사장의 대표이사 취임으로 이른바 ‘이채원 키즈’도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웅필 KB자산운용 밸류운용본부장과 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장동채 유경PSG운용 헤지펀드팀장,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 등이 꼽힌다. 유경PSG운용은 지난해 주식형 펀드 운용사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KB밸류포커스펀드는 국내 출시된 가치주 펀드 중 단일 펀드로는 가장 운용 규모가 크다.
허남권 사장 역시 박인희 배당가치본부장, 김대환 마라톤가치본부장 등 오랜 기간 함께한 후배 매니저들과 함께 신영운용을 가치투자 하우스로 일구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가치투자 펀드는 장기에 반드시 빛을 발하며, 어떤 시장 상황에서도 장기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는 펀드로 추천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