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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세혁 기자] 부모형제와 친구, 회사 동료 등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조차 떠올리지 못하는 신기한 질병 '아판타시아'가 최근 주목 받고 있다.
아판타시아(Aphantasia)란 비교적 최근에 발견된 질병이다. 학계에선 50명 중에 1명 꼴로 발병한다고 본다. 이른바 마음 속의 눈을 사용하지 못해 뭔가를 머릿속에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 예컨대, 정상인들은 얼마든 눈을 감고 집안의 물건을 머릿속에 끄집어낼 수 있지만, 아판타시아 환자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이 병을 처음 정의한 것은 영국 엑서터대학교 심리학자 애덤 제먼 박사다.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2년 전 발표한 논문에서 아판타시아라는 질병을 처음 소개했다. 외과수술을 받은 한 남성이 갑자기 머릿속에 어떤 기억을 떠올리지 못한다고 하소연하면서 찾아온 지 5년 만이었다.
2010년 애덤 제먼 박사 연구소를 방문한 남성은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난감해했다. 남성을 철저하게 조사한 연구팀은 뇌내 시각처리 네트워크와 메모리 시스템이 정상작동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를 과학잡지에 발표하자, 놀랍게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람들의 이메일이 몰려들었다.
애덤 제먼 박사는 이메일을 보낸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나섰다. 이를 취합한 내용은 뉴욕타임즈에 공개돼 신선한 충격을 줬다. 박사는 아판타시아가 기억을 잃어버리는 알츠하이머나 단기기억상실과 달리, 뇌의 시각처리기능이 저하되며 벌어지는 질병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박사는 아판타시아가 무척 생소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어 구체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0년 자신을 찾아온 남성처럼 외상에 따른 후유증 탓에 발병하기도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아판타시아를 안고 태어나는 사람도 있다는 게 박사의 판단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