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제고" vs "자본규제 강화 대비" 충돌
[뉴스핌=최유리 기자] 지난해 최대 실적을 올린 금융지주사들은 주주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돌려주기 위해 배당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당국은 규제 강화에 대비해 자본을 확충해야한다면 제동을 걸 태세다.
KB금융, 하나금융, 신한금융 <CI=각 사> |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는 올해 배당을 확대할 전망이다.
KB금융지주의 배당금액은 지난해의 두배에 가까운 831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배당액은 각각 8410억원, 444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2.3%, 43.0%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지주사들이 배당을 확대하는 것은 실적 호조 덕이다. 많이 벌어들인 만큼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배당을 늘린다는 설명이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이 지난해 3조3700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53.8%가 늘어난 성적이다. 신한금융은 17.3% 증가한 3조32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부분 은행들의 실적이 좋았던 만큼 배당 확대에 대한 컨센서스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를 보는 당국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것. 금융감독원은 금융지주사에 바젤Ⅲ 도입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고배당은 자제하고 자본을 확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말 금융사들의 배당정책에 대해 "각 은행의 경영상 자율 결정사항으로 존중돼야 하지만 향후 바젤의 자본규제 강화에 대비해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당국에선 배당 성향에 대한 언급이 민간금융회사의 경영 간섭으로 비춰질까 조심스러워하는 눈치다. 주주환원정책 차원에서 이뤄지는 민간금융회사의 배당에 대해 마땅히 제재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배당을 둘러싼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일부 금융지주사가 중간배당을 추진했다. 이에 금감원이 제동을 걸었다. 2016년에는 SC제일은행이 고액 배당을 추진하자 금감원이 배당금 관련 의사 결정 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하라며 경영 유의 조치를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배당이 급증한다면 지주사들의 향후 성장 잠재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며 "근거 법규가 없어 배당을 억제하는 조치는 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정성을 어떻게 평가할지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