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논란 넘어 힘겨루기 양상…법정 진실공방 예고
[뉴스핌=최유리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사와 금융당국이 잇따라 부딪치고 있다. '셀프 연임'을 당국이 지적하고, 선임 절차 연기를 요구했지만 금융사는 강행했다. 당국이 채용비리를 적발했지만 해당 은행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여기에 금융사는 급증한 이익에 맞춰 배당을 확대하려 하나 당국은 자본 확충을 이유로 자제하라고 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채용비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5개 은행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결과에 따라서 CEO의 해임 요구까지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행권은 조사 결과가 사실과 다르다며 가만 있지 않았다.
KB금융지주는 지난 1일 사장단회의를 열고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친척의 채용과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이 회의에서 "해당 지원자는 당시 5명을 뽑는 호남·제주 지역 할당제로 지원해 공동 2등을 기록했다"며 "특혜채용은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도 "금감원이 지적한 사외이사 관련자는 거래업체의 사외이사로 전혀 문제가 없고 주요 거래 대학은 우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KEB하나은행은 이날 경영지원그룹장 이름으로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은행의 입장을 충분히 소명했지만 감독 당국이 의혹을 제기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채용비리의)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검사의 결과는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진실 공방은 결국 검찰을 넘어 법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자존심과 자리를 건 대결이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좌),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우) <사진=각 사> |
앞서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을 지적했다. 특정 회사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의 임기 만료가 임박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하나금융은 당국의 지적대로 CEO 승계 프로그램과 관련한 규정을 수정했다. 그렇지만 선임 절차가 본격화되자 당국이 연기를 요구했다.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관여한 의혹이 제기된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의혹, 채용비리 의혹 등 검사가 진행 중이므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미루라는 것.
그렇지만 하나금융은 일정대로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했다. '관치 금융'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은 한 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금감원은 회장 후보 확정 이후 보류한 검사를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잠재 리스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추위 일정을) 계속 하라고 얘기했으면 오히려 그것이 관치 아니겠느냐"며 "계속 워닝을 하고 있고 금감원 임무라는 스탠스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당국과 은행권이 이렇게 많은 이슈로 부딪혔던 적이 없는 것 같다"며 "검찰 수사가 남아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끝날 구도는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다음 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금융지주사가 얼마나 배당을 늘릴까가 관심사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는 주주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돌려주기 위해 배당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당국은 규제 강화에 대비해 자본을 확충해야한다면 제동을 걸 태세다.
금융감독원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은행 자본 규제인 바젤Ⅲ 도입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고배당은 자제하고 자본을 확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다만 근거 법규가 없어 직접적으로 제동을 걸지 못하고, 추후 배당 적정성에 대해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당국과 금융사의 갈등이 반복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며 "관치 논란이나 정권 논란을 떠나 각자 자기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이형석 기자 leehs@ |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