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은빈 기자] "(올림픽을) 응원하지 말라고 하는 것 같네요."
일본올림픽 위원회(JOC)가 지식 재산권 단속을 강화하면서 일본 기업들이 고민에 빠졌다. 일부 기업들은 기존에 올림픽 선수와 계약을 맺고 광고를 제작했음에도 올림픽 기간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기업들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지적재산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광고계약 맺었는데 사용하지 말라니"
일본의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우노 쇼마(왼쪽)와 하뉴 유즈루(오른쪽)가 표지를 장식한 'NHK 위클리 스테라' 2월 9일 호. 위쪽의 회색으로 처리된 사진은 인터넷에 게재된 잡지의 이미지다 <사진=니혼게이자이신문> |
일본의 건강상품 메이커 화이텐은 오는 27일까지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하뉴 유즈루(羽生結弦)를 사용한 광고를 자사 사이트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판매점에도 하뉴 선수를 사용한 광고 게시는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화이텐 관계자는 "하뉴선수의 초상권이 JOC 관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또 있다. 하뉴 선수와 우노 쇼마(宇野昌磨) 선수가 표지를 장식한 잡지 'NHK 위클리 스테라' 2월 9일 호는 인터넷 게재 이미지에서 두 선수의 모습을 회색으로 처리했다. NHK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사진이 인터넷에 퍼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세븐아이홀딩스도 스키점프 선수인 다카나시 사라(高梨沙羅)를 모델로 삼은 편의점 CF를 1월에 종료시켰다. 식료품 업체 도카이츠케모노도 다카나시 선수를 기용한 CF를 2월에는 방송하지 않기로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대회기간 중 선전 목적으로 올림픽 엠블럼을 사용하거나 대표선수의 초상권을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공식 스폰서에게만 주고 있다. JOC도 이 방침에 따라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2월 중에는 스폰서 이외의 지식 재산권 이용을 제한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상업 광고뿐 아니라 선수들의 환송회까지 이어졌다. 기업이 후원 선수가 해외 대회에 나가기 전 여는 환송회도 중지되거나 비공개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일례로 츠지야홈은 2월 1일 소속 선수이자 스키점프에 출전하는 가사이 노리아키(葛西紀明) 선수의 환송회를 열었다. 참석자는 회사 사원에 한정시켰다. 츠지야홈 관계자는 "환송회를 비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환송회가 보도되면 기업 운영에도 긍정적이겠지만 JOC의 방침에 따랐다"고 밝혔다.
신문은 "IOC가 갑자기 규제를 바꾼 것이 아니다"라면서 "JOC가 지도를 강화한 데 따른 영향"이라고 보도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입장에서, 공식 스폰서가 아닌 기업들의 광고가 횡행한다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JOC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올림픽 위원회는 공식스폰서에게 지식 재산권을 사용할 권한을 주는 대신 협찬금을 받는다. 이 협찬금은 올림픽 운영이나 선수 지원에 활용된다. 지식 재산권의 부정 사용이 늘어나면 단순히 지식 재산권의 침해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협찬금의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 '편승상법' 경계(警戒)한다지만…"경계(境界)가 애매하네"
2016 리우데자이네루 올림픽 폐막식에서 다음 개최지인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슈퍼마리오 모자를 쓰고 나타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JOC는 '편승상법'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편승상법은 비 스폰서사가 올림픽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광고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광고 방식은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간 중에 급증했었다.
JOC 측은 '2020년 카운트다운' 같은 표현도 편습상법으로 비춰질 수 있으니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신문은 "편습상법은 제한대상이 너무 넓다"며 "'올림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엠블럼을 사용하는 광고가 위반이라는 건 명확하지만, '연상시키면 안된다'는 건 경계가 애매하다"고 지적한다.
기업들도 당혹스럽다고 얘기한다. 츠지야홈은 회사안내 책자에 가사이 선수를 소개하면서 '올림픽'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바 있다. 츠지야홈 측은 JOC의 지적을 받아들여 전량 폐기한 후 다시 제작했다고 한다.
신문은 기업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올림픽 선수가 소속된 회사에게 올림픽이라는 단어를 절대 사용하지 말라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JOC 측은 편습상법을 막는 법 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JOC와 공동으로 지식 재산권을 관리하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경기대회조직위원회의 이가라시 아츠시(五十嵐敦) 법무부장은 "룰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폭 넓은 응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후루이 겐사쿠(福井健策) 변호사의 발언을 인용해 "악질적인 편승상법에는 엄정하게 대처해야겠지만 지식 재산권의 보유와 활용 간 균형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