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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셰어하우스 투자’, 통장 위조 예금 부풀려 불법대출

기사입력 : 2018년02월13일 11:39

최종수정 : 2018년02월13일 13:59

예금 부풀리기로 1억엔 이상 대출 받아
월세 수입은 ‘제로’, 대출금 갚을 일만 ‘걱정’

[뉴스핌=오영상 전문기자] 연봉 700만엔(약 7000만원)을 받는 40대 일본 남성 회사원. 2015년 말 도쿄 시내에 셰어하우스 한 동을 지었다. 계약금 없이도 투자할 수 있고, 장기적인 월세 수입을 보장한다는 선전 문구가 마음에 와 닿았다. 토지비와 건축비, 기타 경비를 모두 포함해 1억엔(약 10억원)이 들었다. 돈은 은행에서 연이율 3.5%로 빌렸다. ‘월세는 30년 정액’이라는 각서도 받았다.

그러나 약속 받은 60만엔(약 600만원) 월세를 제대로 받은 건 처음 10개월 뿐. 그 후에는 절반 정도를 받았고 이달에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10여 개 방에 입주자는 현재 단 3명. 은행에 갚아야 할 대출금은 월 45만엔(약 450만원)에 이른다. 그는 “이번 달은 내 돈으로 해결하겠지만 다음 달 이후에는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

일본에서 ‘셰어하우스’ 투자를 둘러싼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고 13일 아사히 신문이 보도했다.

‘월세 보증’이란 말에 현혹된 투자자들이 은행으로부터 1억엔 전후를 빌려 셰어하우스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부동산 회사에 투자했는데 당초 약속대로 월세가 지급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

일본 셰어하우스 연맹에 따르면 셰어하우스는 지난해 말 시점에서 일본 전국에 약 4500개가 등록돼 있다. 그 중 70%는 도쿄에 집중돼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전대리스(sublease)’라고 불리는 방식이다. 투자자들이 돈을 대면 부동산 회사가 셰어하우스 건축에서부터 입주자 모집, 관리까지 모든 것을 담당한다. 부동산 회사가 투자자로부터 집을 통째로 빌려 운영하는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투자자들은 회사로부터 매월 약속된 일정 금액의 월세를 받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당초 약속된 금액의 월세가 지급되지 않거나 아예 한 푼도 지급되지 않는 일이 발생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스마트데이즈가 운영하는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 '호박 마차'의 홈페이지. 월세가 2만엔으로 싸다는 점을 내세워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다.<사진=호박 마차 홈페이지>

수도권에서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 ‘호박 마차’ 등을 운영하는 ‘스마트 데이즈’는 지난 1월 20일 투자자 수백 명에게 2월부터 월세를 지급할 수 없다고 통고했다. 입주율이 40%에 불과해 월세 지급을 위한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게 이유. 지난해 가을에는 일방적으로 감액을 통고해 혼란을 야기시키기도 했다.

NPO(비영리 조직) 법인이 운영하는 ‘전대리스 문제 해결 센터’에 따르면 최근 1개월 사이 셰어하우스 투자 피해와 관련해 100건 이상의 상담이 접수됐다. ‘월세 지급 금액을 줄이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거나 ‘약속된 월세를 받지 못해 대출금을 갚을 수 없다’는 상담이 대부분이다.

예금 부풀리기로 1억엔 이상 불법 대출

회사원 등이 1억엔이나 되는 돈을 빌려 셰어하우스에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대출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30대 남성은 전액 대출로 1억엔이 넘는 셰어하우스를 샀다. 그런데 월세가 들어오지 않으면서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지자 금리 등 상환 조건을 바꿔보기 위해 지난 달 대출을 받은 스가루은행(일본의 지방은행)을 찾았다.

그러나 은행 담당자는 남성에게 “3000만엔이 든 통장 사본을 제출하셨네요” “계약금도 2000만엔을 내셨군요”라며 난색을 표했다. 남성에게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일이다. 남성은 “예금은 수십 만 엔 밖에 없다. 계약금은 내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담당자는 “속으셨네요”라고 답했다.

업자들은 대출 심사 통과를 쉽게 하기 위해 예금액을 부풀리는 방법을 썼다. 통장이나 계좌 명세서, 증권회사 자산 목록 등의 사본을 조작해 예금 액수를 최대 10배 이상 부풀리기도 했다.

셰어하우스 가격도 부풀렸다. 실제 가격보다 비싼 계약서를 은행에 제출하고 계약금을 내야 한다며 대출을 신청했다. 같은 8000만엔 대출이라도 계약금 없이 8000만엔짜리 물건을 사는 것보다, 계약금 2000만엔에 1억엔짜리 물건을 사는 편이 심사를 통과하기 쉽다. 업자가 계약금만큼의 돈을 입금하고 대출을 받은 후 다시 빼간 사례도 있다.

신문은 "취재한 십여 명의 셰어하우스 소유자 중 절반 이상에서 자료 조작이 확인됐다"며, "대부분은 대출 자료를 업자에 건네고 처리도 맡긴 터라 은행에 따로 확인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셰어하우스에 대한 대출에서는 스가루은행이 유독 눈에 띈다. 스마트데이즈는 스가루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 설명회를 열었으며 합계 약 5000명이 참가했다. 지난해부터 월세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는 다른 두 업자에서도 스가루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사람이 많다.

스가루은행은 “수익형 부동산 투자의 새로운 형태로서 유망하다고 생각했다”며, 예금 부풀리기 등은 “대출 실시 후에 일부 그러한 사례가 밝혀졌다”고 말했다. 또 “당사의 절차 미비인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현 시점에서 직원이 관여한 정황은 없다고 설명했다.

 

[뉴스핌Newspim] 오영상 전문기자 (goldendo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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