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까지 추진한 120개 중 31개 통과
박근혜 정부와 법안 통과율 비슷
국정 운영 속도 더뎌…국정과제 공수표될 수도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100대 국정과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 74%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2월 임시국회마저 빈손으로 끝나면 국정과제 추진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9일 기획재정부와 국무조정실, 법제처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2017년 말까지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120개다. 이 중 지난 2일 기준 국회 본회의장을 통과한 법안은 31건에 그친다. 나머지 89개 법안은 국회 각 상임위위원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국회 법안 통과율은 약 26%. 박근혜 정부와 비슷한 추세다. 박근혜 정부 6개월 동안 140개 국정과제와 관련된 법안 통과율은 24%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100대 국정과제 정책콘서트'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
국회에서 공회전하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법안을 보면 공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위한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법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자영업자 상가 임대료 부담을 낮춰주는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 또한 법사위에 머물러 있다. 실직자를 보호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려면 고용보험법과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두 법안 모두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잠자고 있다.
문제는 100대 국정과제 법안 중 경제 분야에서 여야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대표 사례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공운법)해 노동이사제를 도입한다고 국정과제에 담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기업 경영권 침해 등을 이유로 공운법 개정을 반대한다.
다중대표소송제나 집중투표제 도입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상법을 개정해 이 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이 상법 개정안을 놓고 여당과 야당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법 개정이나 제정이 늦어질수록 국정과제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자칫 임기 내 국정과제 이행은 물 건너간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과제가 공수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법적 근거가 없으면 정부도 국정과제를 추진하기가 어렵다"며 "국무조정실 중심으로 국정과제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