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체제안정 위해 비핵화할 것이란 기대 매번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 헛된 희망 가능성 언급…제재 중단 없을 것"
[뉴스핌=김성수 기자]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대화를 제의한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는 너무 이르다는 전문가들 주장이 나왔다.
남한과 북한은 오는 4월 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수석특사였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언론발표문에 따르면 북측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블룸버그 뷰의 칼럼니스트 엘리 레이크는 7일 게재된 칼럼에서 그러나 미국이 이전에도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었다면서 북한의 안전보장 인식이 왜곡됐다고 전문가들을 인용, 논평했다.
정의용 수석 대북 특사가 지난 5일 조선노동당 본관에 있는 진달래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면담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사진=청와대> |
앞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정권의 교체를 추구하지 않으며, 체제를 보장할 것이라고 작년 5월에 밝혔었다.
틸러슨 장관은 또 "북한이 핵 폐기 의지를 보인다면 미국도 북한에 적의를 보일 이유가 없다"며 "북한이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라도 미국에 신뢰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북한 전문가 니콜라스 에버스타트는 "북한은 이전부터 체제안전이 보장될 경우 한반도를 비핵화 시키겠다고 말해왔다"며 "미국이 한국과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한 북한은 이를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즉 북한은 '비핵화 의지' 표명에 대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해소 ▲체제안전 보장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북한 시각에서 그 기준이 충족되려면 한미 동맹이 와해돼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이 체제안전 보장이라는 약속을 받기 위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이라는 기대는 매번 시도될 때마다 실패로 끝났다"고 말했다.
조지 부시 전 행정부 2기 때 미국은 대북 강경책이 북핵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고,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해결책을 적극 모색하기 시작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미국 고위 관리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했고, 북한이 전략적 선택을 하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말했었다.
이후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종료시켰고, 테러지원 국가 명단에서 북한을 제외시키는 등 북한에 유화적인 정책을 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도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임기 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던 부시 대통령은 결국 비핵화를 마치지 못하고 물러났다.
레이크 칼럼니스트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또다시 북한에 속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 잘 나타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 특별사절단 방북 결과에 대해 "거짓된 희망(false hope)일지 모르지만 미국은 어느 방향으로든 최선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레이크는 "지금 상황에서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겠다는 계획이 중단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한 행정부 고위 관료는 언급했다"며 "다음달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 도중에 비핵화 대화가 진전을 보인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안전보장 인식이 진화됐다는 뜻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 전까지는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동맹 관계를 갈라놓으려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최선"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공격적인 성향을 감안했을 때 대화 진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관측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