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하락 지속되는 데다 환헤지 비용 상승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투자자들의 미국 회사채 매입이 크게 둔화됐다.
달러화의 약세 흐름이 지속된 데다 헤지 비용이 상승하면서 올해 1분기 해외 투자자들의 미국 회사채 매입이 1994년 이후 최저치로 후퇴할 전망이다.
달러화.<사진=블룸버그> |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인해 가뜩이나 시장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해외 투자자들이 ‘입질’을 멈추면서 미국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뛸 것으로 예상된다.
23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최근 한 주 사이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를 순매도 했다.
UBS는 지난해 4분기 매입 규모가 380억달러로 2016년 초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뒤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 미국 회사채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근 상황은 지난 2013년 이후 해외 투자자들의 미국 회사채 매입 규모가 1조4000억달러에 달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가볍게 여기기 어렵다.
채권시장의 ‘큰손’이 발을 빼기 시작한 셈이며, 이는 미국 기업의 자금 조달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연준의 금리인상에도 달러화가 약세를 지속하는 데다 환 리스크 헤지 비용이 약 10년래 최고치로 뛴 데 따라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 미국 회사채의 투자 매력이 크게 꺾였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월가 투자은행(IB) 업계는 올해 1분기 미국 회사채의 수익률이 1994년 이후 최저치로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황은 일정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웰스 파고의 나다니엘 로젠바움 신용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회사채 시장의 문제는 단시일 안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달러 약세와 헤지 비용 상승, 이에 따른 해외 수요 감소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UBS에 따르면 유럽 투자자가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를 환헤지 해 매입할 경우 수익률이 30년 만기 독일 국채 수익률보다 0.2%포인트 낮은 실정이다.
이는 불과 1년 전 같은 조건으로 미국 회사채를 매입한 투자자들이 독일 국채 대비 0.44%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챙겼던 것과 크게 대조를 이룬다.
일본 투자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 때문에 일본 펀드매니저들은 미국 국채 및 회사채를 매도하고 유럽 채권을 사들이는 움직임이다.
NLI 리서치의 도쿠시마 마츠유키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금리 상승과 달러 약세가 일본 투자자들의 미국 채권 수요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달러화 하락이 지속될수록 미국 채권 매도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