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장동건이 잘생김을 모조리 지우고 진짜 배우 카리스마로 돌아왔구나!” (tran****)
그가 변했다. 잘생긴, 젠틀한, 반듯한, 다정한…. 지난 26년 동안 따라다녔던 수많은 수식어는 모두 떨친 채. 상상조차 한 적 없는 낯선 얼굴, 낯선 말투, 낯선 몸짓으로 스크린 한가운데에 섰다. 섬뜩하고 완고하다. 우리가, 대중이 알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다.
배우 장동건(46)이 신작 ‘7년의 밤’으로 극장가를 찾았다. 정유정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한순간의 우발적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의 7년 전의 진실과 그 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렸다. 극중 장동건은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 오영제를 열연했다.
“오래전 원작을 읽고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 그러면 오영제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근데 진짜 제안이 들어오니 신기하면서도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다만 시나리오 속 오영제는 제 생각과 달랐어요. 원작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한데 소설 속 오영제가 사이코패스이면서 예민하다면, (추창민) 감독님이 그린 오영제는 사냥개 같은 느낌이었죠. 소설이 차가운 이미지면 영화는 뜨거운 이미지랄까요. 분위기나 정서가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인 듯했죠.”
장동건의 말대로 소설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는 오영제다. 추창민 감독은 각색 과정에서 등장인물에 이런저런 전사를 만들어냈고, 각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 과정에서 단순 살인마, 사이코패스로 묘사됐던 원작 속 오영제는 이유 있는 악인으로 재탄생했다.
“감독님은 사이코패스의 클리셰를 접고 설득력을 주고자 하셨어요. 동의했죠. 저 역시 사이코패스를 기저에 깔고 있지만, 거기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했어요. ‘사이코패스라서 그래’가 아니라 더 타당한 이유를 주고자 한 거죠. 그렇게 감독님과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한결 한결 쌓아갔고, 지금의 오영제를 만들었어요. 또 행동, 심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오영제의 감정은 이해하려 했죠. 개인적으로는 악역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자기가 설계한 세계가 있고 그걸 파괴한 자에 대한 복수라고 봤죠. 그 안에 아내와 딸이 있는 거고요.”
연기 변신만큼이나 화제를 모은 헤어스타일에 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알려졌다시피 장동건은 오영제를 위해 M자 탈모 머리를 만들었다. 특수 분장도 없이 촬영 때마다 면도칼로 머리를 미는 수고도 감수했다.
“인물을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외적인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감독님이 M자 머리를 제안해서 조금 놀랐죠.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배우가 캐릭터를 위해서 머리를 미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죠. 다만 걱정이었던 건 변신을 위한 변신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우려를 했는데 막상 테스트 분장하고 거울 앞에 섰는데 오영제와 동떨어지지 않고 괜찮더라고요. 적응요? 며칠 지나니까 금방 되던데요(웃음).”
삐뚤어진 부성애를 연기하는 것 역시 고난이었다. 극중 딸 세령(이레)을 벨트로 폭행하는 장면이 특히 그랬다. 아무리 연기라지만, 실제 딸을 둔 아버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저보다 감독님이 더 힘들어하셨어요. 첫날부터 그 장면을 찍기 싫어하셨고 어떻게 완화할까를 고민하셨죠. 사실 전 워낙 중요한 지점이라 수위가 더 셀 거로 생각했거든요. 근데 학대 장면뿐만 아니라 그냥 그 상황 자체가 싫었어요. 오영제 감정을 생각하려면 상상해야 하는데 ‘나라면?’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부터 되게 싫은 거죠. 괜히 부정 탈 거 같은 기분이랄까요? 내가 그런 상상을 했다는 것조차 싫을 정도였어요.”
분위기 전환 겸 실제 그의 아들, 딸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했다. 촬영 당시를 회상하며 찌푸려졌던 장동건의 얼굴에도 다시 미소가 번졌다.
“자기 자식 안 예쁜 사람 있겠어요?(웃음) 근데 확실히 아이들이 막 태어났을 때보다 지금이 더 재밌긴 해요. 이제는 교류가 되고 교감이 되잖아요. 예전처럼 일방적으로 주는 게 아니라 주고받는 느낌인 거죠. 그러니까 애들이랑 노는 재미가 훨씬 더 커졌어요. 일이 없을 때도 거의 집에서 애들이랑 시간 보내려고 노력하죠. 저녁 약속도 가급적이면 애들이 잠든 이후에 나갔다 들어오고요.”
차기작은 내달 25일 첫 방송을 앞둔 KBS2 새 수목드라마 ‘슈츠’다. 현재 미국에서 시즌7이 방송 중인 인기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대한민국 최고 로펌의 전설적인 변호사와 천재적인 기억력을 탑재한 가짜 신입 변호사의 브로맨스를 그린다.
“드라마도 원작이 있는 작품이에요. 저는 시즌1 6편까지 봤어요. 정확히는 보다가 덮었죠. 너무 재밌어서 계속 보면 나도 모르게 따라 하고 싶어질까 봐 그냥 보지 말자 한 거죠. 촬영도 재밌게 잘하고 있어요. 워낙 밝고 경쾌한 드라마잖아요. 드라마는 ‘신사의 품격’(2012) 하고 6년 만인데 계속 현장에 있어서인지 낯설지 않고 편안해요. 감독님, 스태프들, (박)형식이 하고 재밌게 찍고 있죠.”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