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상호 기자 = 바리톤 최병혁이 올해 오페라 대축제의 막을 여는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에 합류했다. 최병혁은 총독 리카르도의 친구인 레나토를 연기한다. 레나토는 수동적이고 정적인 성격이 강한 캐릭터로 연기의 포인트를 잡기가 쉽지않다. 최병혁은 고지식하고 단 한번도 빈틈이 없는 모습을 잘 살려보겠다고 전했다. 그는 충성에서 배신, 후회로 넘어가는 레나토의 감정 변화를 조금 더 연륜 있는 모습으로 표현하겠다고 덧붙였다. '가면무도회'는 2018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개막작이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특별히 오디션을 통해 가면무도회에 합류하게 되었는데요. 오디션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특별히 본인이 캐스팅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고 중요한 페스티벌일 뿐만 아니라 가면무도회라는 작품을 평소에 제가 좋아하기도 하고, 꼭 하고싶었던 역할이었기 때문에 마침 기회가 잘 맞아서 오디션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최병혁 <사진=라벨라오페라단> |
라벨라오페라단과는 첫번째 프로덕션인데요. 함께하는 소감과 이번무대에서 레나토 역을 소화함에 있어 본인의 강점을 꼽는다면.
"그동안은 리골레토, 팔리아치와 같이 감정의 변화가 크게 드러나거나 능동적이고 색깔이 뚜렷한 역할 많이 해왔는데 레나토는 배반이라는 큰 변화를 맞이하긴 하지만 수동적이고 정적인 성격이 강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사실 색깔이 선명하고 확실한 캐릭터는 표현하기가 더 쉬운데 색깔이 뚜렷하지 않은 만큼 연기를 하는 데에 포인트 잡기가 더 어려워 고민이 많았어요. 지금은 점점 연습하면서 정리가 되어가고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결국 스스로 배신 당했기 때문에 배신을 하게 되기는 하지만 수동적이거나 능동적이거나 하는 걸 떠나서 배신이라는 국면을 맞이하려면 캐릭터 성격 자체가 아주 고지식하고 가정보다 국가대사에 더욱 몰두하고, 그래서 결국 반역자들에게 아들의 목숨까지 내어주는 것에서 한 번에 확 꺾이는 모습을 잘 표현해야 한다고 봤어요. 그래서 그 모습을 더욱 살려줄 초반 레나토의 고지식하고 정적인 모습을 좀 더 잘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가면 무도회 속 다른 캐릭터들은 그래도 한 번씩은 다 농담을 하기도 하고 중간 중간의 어떠 위트나 가벼운 모습들도 있는 반면, 레나토는 단 한번도 빈틈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걸 잘 살려보려고 합니다."
평소 자신의 모습과 레나토를 비교해 본다면.
"레나토와 제 성격은 정반대인 것 같아요. 레나토는 고지식하고 빈틈이 없는 캐릭터라면 저는 상당히 가정적인 사람이구요. 빈틈도 많고 때론 우유부단하기도 하구요."
특별히 베르디라는 작곡가와 베르디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있으신가요.
"제가 어려서부터 베르디 음악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이탈리아에 있을 때 베르디 작품들을 많이 하게 됐었어요. 들어온 작품들이 대부분 다 베르디 작품이었어서, 지금까지 리골레토, 트라비아타, 일트로바토레, 조반나 다르코, 루이사 밀러.. 베르디 작품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볼로냐 아카데미에서도 베르디 전문과정을 따로 밟았었어요. 그래서 이런 것들이 계기가 되고 계속 운명적으로 제가 베르디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된 것 같아요. 하하"
이번 가면무도회 팀은 연륜 있는 선생님들과 젊은 신예들의 조화로 구성됐습니다. 연습 분위기나 가면무도회 팀과의 호흡은 어떠신가요.
"그동안 유럽에서도 그렇고 한국에서도 그렇고 여러 활동을 해봤지만 라벨라만큼 오페라팀 뿐만 아니라 프로덕션 자체가 스태프들부터 다 이렇게 가족적인 분위기인 곳은 처음인 것 같아요. 이탈리아도 극장시스템이긴 하지만 하우스싱어가 있는 극장시스템이 아니라 프로젝트성으로 공연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프로덕션 시스템 속에서 오페라 공연이 대부분 이루어지는데 한국은 더 그런 경향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다년간 호흡을 많이 맞춰 온 선생님들의 그런 기운도 되게 많이 받았고 그런 선생님들과 함께 하게 돼서 너무 영광입니다. 또 기존에 계신 분들과의 호흡에서도 간극없이 잘 어우러지게 잘 해주셔서 저도 같이 동화되어 함께 힘내서 연습하기 참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가면무도회라는 오페라가 쉽지 않은 작품과 역할들이라 대부분 연륜 있는 이미지를 많이들 떠올리시는데요. 사실 제가 생각하는 가면무도회는 연륜만 있는 작품은 아니에요. 구스타프나 리카르도의 경우 같이, 제가 생각하는 구스타프는 30대이고, 아멜리아랑 레나토에게도 어린 아이 한 명 딱 있고 해서 지금이 딱 제가 레나토하기 좋은 때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프로덕션이나 다른 극장에서도 레나토 역에 좀 더 연륜 있는 분들을 원하시고... 그 분들이 표현해내는, 특히 이석란 선생님이나 박경준 선생님의 연기를 보면 연륜과 실력에 감탄스럽기도 하고 굉장히 큰 감동을 받고 많은 걸 배울 수 있기도 한데요. 그것과 더불어 젊은 분들의 에너지가 더해지면 또 더 좋을 수도 있을 그런 역할인 것 같습니다."
최병혁 <사진=라벨라오페라단> |
가면무도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연출 이회수 선생님께서 레나토 역할에 대해 요구하신 부분들이 혹시 있으셨나요.
"선생님께서 요구하신 건 레나토가 너무 젊고 혈기왕성한 캐릭터는 아니기를 원하셨어요. 그래서 언제나 구스타프, 리카르도보다 더 연륜 있고, 여러 상황들을 많이 겪어보면서 뒤에서 컨트롤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조금 더 연륜 있는 모습들을 원하고 계시고, 저도 그래서 너무 늙은 레나토를 원하지는 않지만 제가 조금 어린 나이임에도 좀 더 경험 많은 레나토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전에 가면무도회를 연주하셨던 적이 있나요 ? 지금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니요. 아리아는 수 없이 불렀는데 레나토 역할을 오페라에서 하는 건 이번이 첫 데뷔입니다."
최병혁 선생님은 이탈리아에서 공부하시고 유럽에서 활동 하셨는데요. 유럽이나 세계 무대에서 라벨라오페라단이 지향하고 있는 'K-OPERA' 와 우리 성악가들의 경쟁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 나라 사람들이 너무 잘해요. 굳이 비교해보자면, 세계적인 수준에서 견주어보아도 가장 큰 슈퍼스타 몇몇 분을 제외하고는 전혀 뒤처지지 않고 훨씬 잘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충분히 경쟁력 있지만 사실 오페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은 안되는게 사실이니까. 그런 시스템 적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요. 이미 성악가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들은 있으니까 충분히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고, 그와 함께 맞는 여건들이 허락이 된다면, 그래서 오페라에 조금만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정말 세계적인 공연들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가면무도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을까요. 예를 들면 '내가 연기하는 레나토를 보고 관객들이 이것만은 꼭 얻어갔으면 좋겠다' 하는 것들이요.
"다른 오페라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제가 연기하는 레나토를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공연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음악이나 대본은 이미 다 정해져 있지만 그걸 표현해내는 것에 따라서 달라지잖아요. 제가 하는 말 한마디, 소리 하나, 움직임 하나가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의미해질테니까. 우선 공감이 온 다음에야 감동이 오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상황들에 대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연기하려고 합니다. 충성에서 배신, 후회로 넘어가는 레나토의 감정 변화를 관객분들께서 함께 공감하고 같이 따라갈 수 있는 공연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면무도회 이후에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지금까지 20가지 배역 정도 해왔는데 아직은 젊으니까 앞으로 더 많은 배역들을 해보고 싶어요. 되도록이면 오페라 공연을 많이 하고 싶구요. 6월에 트라비아타, 7월 피가로의 결혼에서 피가로 역할을 해요. 피가로의 결혼 같은 경우에 여태까지 백작 역할만 했었는데 피가로는 처음이라 걱정이긴 한데, 그래도 새로운 걸 해보는 것에 대한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이탈리아에서도 활동하고 싶어요. 저는 좀 제 인생을 이끄는 대로 맡기는 편이라 앞으로도 그렇게 따라 가지 않을까 합니다."
한편, 라벨라오페라단의 '가면무도회'는 오는 4월 27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28일(토) 오후 3시, 7시 30분과 29일(일) 오후 4시 등 3일간 4회 공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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