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외무성 부상, 24일 조선중앙통신서 담화 발표
"리비아 전철 밟지 않기 위해 강력한 힘 키워"
대북 전문가 "기싸움","회담 연기될수도" 분석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북한 외무성의 최선희 부상은 24일 긴급담화를 내고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조미(북미)수뇌회담을 재고려할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부상은 ‘선(先)핵폐기, 후(後)보상’의 리비아식 해법과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비핵화 방법론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내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최 부상은 “21일 미국 부통령 펜스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조선(북한)이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느니, 북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안은 배제된 적이 없다느니,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느니 뭐니 하고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대미 사업을 보는 나로서는 미국 부대통령의 입에서 이런 무지몽매한 소리가 나오는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명색이 유일초대국의 부대통령이라면 세상 돌아가는 물정도 좀 알고 대화흐름과 정세완화기류라도 어느 정도 느껴야 정상일 것”이라고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는 그러면서 “백악관 국가안보좌관 볼튼에 이어 이번에 또 부대통령 펜스가 우리가 리비아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며 “리비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우리 자신을 지키고 조선반도와 지역 평화의 안전을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힘을 키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부상은 대미 위협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우리도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앞서 지난 22일(현지 시각)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놨다. 이는 그간 일각에서 제기된 ‘북미정상회담 연기론’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이다.
이날 최 부상의 담화는 최근 미 행정부 당국자들이 잇따라 내놓은 북한 비핵화 방법론과 해법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끌려 다니지만은 않겠다는 일종의 의지 표명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기싸움’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또 실제 회담이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 섞인 분석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우리의 차관급인 최선희 부상의 이번 발언은 회담 개최에 있어 긍정적인 요소가 아니다”라면서 “여전히 물밑 접촉에서 북미 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이번 주말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간 사전접촉이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만약 거기서도 말싸움이 오간다면 순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전문가는 “자신들은 리비아와 달리 핵보유국가로서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연기 가능성 발언에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