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수출서 반도체 비중 20% 이상으로 확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수출 호조 착시도
고용효과 큰 선박·자동차 수출도 고전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 우리나라 수출은 최근 3개월 연속 500억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잘 나가는' 수출의 온기가 경제 전반에 전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우선 국제유가 인상으로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품목의 수출단가가 인상되면서 수출이 늘어난 것처럼 착시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반도체 수출이 급증하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쏠림현상이 지나치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국내 고용효과가 큰 선박과 자동차 등 일부 주력품목은 업황이 나빠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부가가치가 높았던 휴대폰, 가전 등 소비재 수출도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부진한 상황이다.
◆ 국제유가 40% 상승…수출단가 인상으로 착시효과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우리나라 수출액은 509억84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13.5% 늘었다. 5월까지 누적수출은 전년대비 8.2% 증가한 2464억달러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수치만 보면 분명 수출은 흠잡을 데 없는 호조다. 올해 5월까지 수출증가율이 8.2%로 지난해(15.8%)보다 떨어졌지만 이는 작년의 호실적을 감안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수출 호조 뒤에 숨겨진 착시효과다. 우선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수출증가는 착시효과로 작용한다. 올해 5월의 국제유가는 약 40%(두바이유 기준) 상승했고 이 같은 추세는 작년 하반기 이후 지속됐다.
이로 인해 5월의 석유제품의 수출단가는 전년동월대비 41.2% 급증했다. 같은 기간 석유화학 품목도 수출물량이 3.1% 늘어난데 비해 수출단가는 19.2% 급증했다. 올해 수출액 증가의 상당부분을 국제유가 인상이 보태준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대비 올해 국제유가가 약 40% 정도 상승하면서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등 관련 품목의 수출액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다만 전체 수출에 미친 영향은 정확하게 분석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 반도체 수출 비중 17%→20% 확대…지나친 쏠림현상 우려
반도체 수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지나친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짚어볼 문제다.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은 979억4000만달러로 전체 수출 5739억달러의 17.1%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5월까지 반도체 수출액은 501억1600만달러로 전체(2464억달러)의 20.3%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 3월 반도체 수출액이 108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5월(108.5억달러)에도 100억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침체됐던 선진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 당분간 호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반도체 수출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특정 품목의 수출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반도체 업황이 나빠질 경우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반도체 수출 비중이 늘어났지만 대부분 주력품목이 선전하고 있어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13대 주력품목 중 반도체와 일반기계, 석유화학, 석유제품 등 9개 품목이 증가했고 7개 품목은 전년대비 10%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무역협회 정희철 동향분석실장은 "반도체 수출 비중이 다소 늘어났지만 쏠림현상을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면서 "이는 물량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 부족으로 인한 단가상승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수출용 자동차 선적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
◆ 자동차·선박 수출 고전…휴대폰·가전 등 소비재도 부진
자동차, 철강, 선박 등 고용효과가 큰 품목이나, 부가가치가 큰 소비재 품목의 수출이 부진한 것도 수출당국의 고민이다.
특히 수출이 부진한 품목 중 선박과 철강을 제외하면 자동차나 휴대폰, 가전 등 대부분 소비재 품목이다. 최근 중국산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가면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아진 모습이다.
때문에 선진국 경기 회복으로 인한 수혜를 좀처럼 체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정부가 유망 소비재 품목의 수출 증대를 적극 지원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위해서는 아직 미흡한 과제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수출기업들이 현지 생산 비중을 점차 늘여가면서 앞으로도 소비재 품목의 수출 전망이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자동차나 휴대폰, 가전 등 주요 소비재 기업들이 현지 생산비중을 점차 늘여가고 있다.
김선민 산업부 무역정책관(국장)은 "해외생산 확대와 경쟁 심화가 소비재 품목의 수출부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화장품과 의약품 등 유망 소비재 품목의 애로 해소와 판로개척 지원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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