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고모리 시게타카(古森重隆) 후지필름 홀딩스 회장 겸 최고경영책임자(CEO)가 반년 내에 미국 사무기기 제조업체 제록스 인수 문제에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후지필름은 올 1월 제록스를 61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제록스의 대주주 칼 아인칸과 다윈 디슨이 인수가격이 너무 낮다고 소송을 걸었고, 이후 제록스는 지난달 14일 후지필름과의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후지와 합병을 추진해 온 제록스 측 경영진도 사임했다.
고모리 시게타카 후지필름 CEO [사진=로이터 뉴스핌] |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와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고모리 회장은 이번 합의안이 양사에 있어 최선이라는 점을 열변했다.
그는 "기존의 합의를 이행하도록 촉구하겠다"며 "응하지 않는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게 기본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구체적인 손해배상 내용에 관해 후지필름 내부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모리 회장은 협상의 여지도 열어두었다. 그는 "(제록스 측에서) 더 좋은 안을 제시한다면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인수조건을 수정할 의향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다만 그는 교착상태가 반년을 넘어가면 인수를 단념할 수 있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고모리 회장은 "기한을 따로 설정해두진 않았지만 수개월에서 반년일 것"이라며 "경영은 수지가 맞지 않으면 어쩔 수가 없다"고 얘기했다.
제록스의 주주 칼 아인칸과 다윈 디슨은 "(후지필름이) 제록스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1주 당 40달러 이상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미 제록스의 주가는 1주 당 28달러가 조금 안되는 상황이다.
고모리 회장은 "우리에게도 주주가 있다"며 "1주 당 40달러 이상은 너무 비싸다"고 잘라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제록스 측 대주주가 원하는 인수자 모집 입찰이 실시된다고 해도 후지필름은 참가하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현재 아시아시장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후지필름의 자회사 후지제록스와 달리, 유럽·미국 시장을 담당하는 미국 제록스의 실적은 저조한 상태다. 후지필름 측은 미 제록스가 단독으로 살아가긴 힘들다며 인수를 통한 미·일 제록스 통합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모리 회장은 "제록스의 새 경영진으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받지 못했다"며 "조만간 미 제록스의 새로운 경영진과 회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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