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계속운전 경제효과 1.5조" 주장
5600억 투자 수명연장…지역주민에 1310억 지원도
3년만에 "경제성 없다" 폐쇄 결정..책임론 나와
[서울=뉴스핌] 최영수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 "경제성이 없다"며 월성원전 1호기를 조기폐쇄하기로 최종 결정했지만, 약 7000억원의 혈세를 낭비하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3년 전 경제성이 충분하다며 수명연장을 결정한 주체가 한수원이기 때문이다. 수천억원을 낭비한 책임을 누군가 지는 게 마땅하지만 정부나 한수원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이가 없는 상황이다.
한수원 사장은 15일 오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긴급이사회를 개최하고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및 천지·대진원전 사업 종결'을 의결했다.
◆ "경제성 없다"면서 정부에 보상 청구하겠다?
천지·대진원전 건설 백지화는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에너지전환 로드맵'과 12월에 수립한 제8차 전력수급계획의 후속조치라는 점에서 큰 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월성1호기 조기폐쇄는 한수원이 너무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등 이해관계자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법원 결정에 대해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가운데)이 15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코엑스에서 '월성원전 1호기 폐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수원] |
한수원은 일단 정부에 피해보상을 촉구하겠다는 입장이나 구체적인 피해현황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특히 월성1호기의 경우 자체적으로 "경제성이 없다"는 결정을 하고도 정부에 보상을 요구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한수원은 2015년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결정하면서 향후 10년간 연장 시 약 1조5000억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고 제시했다. 때문에 노후설비 교체 및 안전성 강화를 위해 약 560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하지만 경주지진 여파로 원전에 대한 안전성 기준이 강화되면서 고작 두달 정도 가동되지 못하고 현재 1년 가까이 정지해 있다. 한수원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조기폐쇄를 결정했으면서도 정부에 보상을 요구하겠다는 모순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이날 경영현안 설명회에서 "경주지진 이후 정부의 안전성 강화 조치로 (수명연장을 결정한)당시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경제성 결여와 경영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조기폐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 한수원 노조 "이사회, 업무상 배임 형사고소"
이 같은 한수원 이사회의 모호한 결정에 대해 한수원 노조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약 7000억원 규모의 투자액을 포함해 계속운전 시 기대되는 1조5000억원(10년간)의 기회비용에 대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월성1호기는 노후설비 교체 및 안전성 강화비용으로 5600억원을 투입해 원안위로부터 2022년까지 계속운전을 승인받았다. 또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안전성을 평가받았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새로 도입된 테스트를 거쳐 안전성이 재확인됐다.
월성원전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
또한 지역주민에게 지원하기로 한 지역상생협력금 1310억원까지 포함하면 약 7000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불어 천지·천지원전 백지화로 인한 매몰비용 약 1000억원까지 포함하면 약 8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하지만 전·현직 이사회는 물론 사실상 정책방향을 주도한 전·현직 관료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이다.
한수원 노조 관계자는 "막대한 국민혈세를 투입해 안전성을 확보한 월성 1호기를 이대로 폐쇄시키는 것은 국가와 국민에게 큰 죄를 짓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월성1호기에 투입한 5600억원과 계속운전의 경제적 효과 1.5조원에 대한 손실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부도덕한 이사회의 업무상 배임에 대해 형사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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