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만지작...소상공인·카드업계 반대하지 않아
문제는 소비자 불편...수수료 없는 결제수단 주목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폐지까지 번졌다.
의무수납제란 카드 가맹점이 소액이어도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규정돼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와 함께 소액인 경우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무수납제 폐지를 소상공인이나 카드업계는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어야한다는 게 문제다.
[사진=게티이미지] |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카드 의무수납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카드업계 안팎에서는 이번에 의무수납제가 폐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있다. 적어도 일정 금액 미만은 카드 결제를 받지 않는 '완화' 카드가 나올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의무수납제를 폐지하면 수익이 감소할 수 있지만 카드업계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카드 수수료 인하를 압박할 수 있는 이유가 의무수납제 때문이라고 본 것. 법과 정책으로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나게 만들어줬으니 수수료를 깎으라며 지난 10년간 9차례 카드 수수료를 인하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의무수납제가 폐지되고, 가맹점 수수료까지 인하되면 저희는 고통이 가중된다"며 "법 테두리 안에서 예전처럼 자율성을 가질 수 있다면 의무수납제 폐지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소비자의 불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일 평균 카드 이용률은 71%(신용·체크)에 달한다. 지갑도 없이 스마트폰 케이스에 신용카드 한 장 달랑 갖고 다니는 소비자가 많다. 카드 소액 결제를 거부하면 결국 늘 현금을 지참해야한다는 얘기다. 앞서 2011년에도 1만원 이하 결제는 가맹점이 카드 사용을 거부할 수 있게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소비자단체 반발로 무산됐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정부 의지로 의무수납제가 폐지될 것으로는 보인다"며 "하지만 의무수납제 폐지나 완화로 초래할 수천만 소비자들의 불편은 어떻게 해결할 지가 문제다.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제 수수료가 없는 QR코드, 앱투앱 결제 등이 대안으로 주목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는 소상공인 페이가 대표적이다. 이는 매출 3억원 이하이면 결제 수수료가 0%로 떨어지며, 최대 5억원 이상이어도 0.5%를 넘지 않는다. 이용금액에 40% 소득공제 지원도 한다는 방침이다.
이명식 신용카드학회장(상명대 교수)은 "의무수납제가 폐지되면 가맹점주가 유리한 선택을 할테니 간편결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며 "다만 소비자에 유인책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 기준을 높이는 것이 강력한 혜택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가 주도하는 간편결제 시스템은 수수료 0%를 주장하는데, 간편결제도 기본적인 운영 비용이 있다. 결국 세금을 투입해 비용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며 "간편결제는 카드 사용을 보완하는 역할에 그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