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인턴기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아일랜드와의 국경 마찰을 피하려면 '소프트 브렉시트'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로 20일(현지시각)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연설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동시에 유럽연합(EU)에도 '양보'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린다.
메이 총리는 19일 북아일랜드를 이틀 일정으로 방문했다. 아일랜드와 맞닿은 북아일랜드 국경 지대를 둘러볼 목적이다. 브렉시트(Brexit) 후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국경을 어떻게 구분할지는 메이 총리와 EU의 주 협상 의제다.
그간 영국에선 브렉시트 후 '하드 보더(hard border)'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드 보더란 군인, 경찰 등이 주둔해 엄격히 통제되는 국경을 말한다. 영국이 EU 단일시장에서 떠날 경우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 아일랜드 국경을 자유롭게 오가던 사람·물자 간 이동에도 제약이 생긴다.
북아일랜드는 과거 30여 년간 치른 내전으로 고통을 뼈저리게 겪었다. 1998년 북아일랜드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양국 간 국경 통제가 풀렸으나 브렉시트로 인해 과거 긴장감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아일랜드와의 통일을 주장하는 북아일랜드 민족주의자들을 더욱 자극하는 일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EU 관세동맹에 남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브렉시트 전환 기간은 EU 공식 탈퇴일인 내년 3월29일부터 2020년 12월까지 21개월간이다. 이후 국경을 넘는 상품에 대한 관세 신고와 규제 강화 등이 적용되고, 서비스 분야 교역도 제한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소프트 브렉시트 전략은 영국이 EU 단일동맹에서 탈퇴하되, 긴밀한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월 북아일랜드 국회의사당(스토몬트) 앞에서 연설하는 메이 총리.[사진=로이터 뉴스핌] |
사전 공개된 벨파스트 연설문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우리 영토 내에서 '제3국가'의 관세 국경 문제로 인한 경제적·법률적 혼란이 발생하는 상황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 영국 총리라면 그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라고 피력할 예정이다. 그는 하드 보더는 "상상조차 불가능한" 결과라고 칭하며, 정부가 추진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로 이 같은 '비극'을 막겠다고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EU에도 '양보'를 요구할 계획이다.
로이터가 보도한 연설문 일부엔 "이제 EU가 응답할 때다. 이미 실행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된 과거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 그때보다 발전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브렉시트 협상에서 EU도 영국에 일정 수준 양보할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메이 총리는 그간 EU가 제안한 '안전지대(backstop)' 방안을 반대해 왔다. EU는 영국 정부가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국경 문제와 관련해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북아일랜드만 EU 관세동맹 '안전지대'에 남겨둘 것을 제시했다. 메이 총리는 대신 관세 제휴나 고효율 관세 협정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매사 비관적이고 평생 어정쩡하게 구는 식"인 EU와 관계를 이어가려는 메이 총리를 향해 "쉽게 풀릴" 국경 문제를 "정치적으로 꼬아놨다"고 비난했다. 보리스 존슨 장관은 정부의 소프트 브렉시트안에 반발하며 지난주 사임했다.
메이 총리는 연설에서 "철수 과정은 복잡하고 힘들고 어려우면서도 세세한 작업들을 요할 것이다. 정부는 이를 계속 해오고 있다. 백서는 미래를 위한 우리의 계획"이라고 강조할 예정이다. 메이 내각은 지난 12일 정부의 브렉시트 전략을 담은 백서를 발표했다.
북아일랜드 벨릭에서 만난 알린 포스터 DUP 당수(왼쪽)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오른쪽).[사진=로이터 뉴스핌] |
메이 총리는 북아일랜드 도착 후 남서부 국경지대인 퍼매너주 벨릭부터 방문했다. 벨릭은 알린 포스터 민주연합당(DUP) 대표의 고향이기도 하다. 포스터 대표는 앞서 성명을 통해 "실제 아일랜드 국경지대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만나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메이 총리의 벨릭 방문을 환영했다.
메이 총리는 20일에는 아일랜드 민족주의자 정당인 신페인당 지도부를 만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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