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업계, 하반기 후판 가격 톤당 5~7만원 인상 합의
조선사 원가부담 3000억 이상 가중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업황 침체로 구조조정 터널을 지나고 있는 조선업계가 후판 가격 인상이라는 '암초'를 만나 울상이다. 생존을 위협할 만큼의 경영난에 후판 가격 인상 시기를 늦춰줄 것을 철강업계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선사들은 높아진 원가 부담에 수주 확대 등 자체 경쟁력 강화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7일 철강·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조선사와 철강회사들은 하반기 조선용 후판(두께 6mm 이상 철판) 가격을 톤당 6~7만원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조선용 후판은 배 건조 비용의 2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조선사들에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 몇년간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사들은 조선사들의 경영난을 감안, 최대한 후판 가격 인상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최근 조선업황이 살아나고 있는데다 철강사들도 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가 상승분을 더이상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조선사들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후판 가격 인상은 최대한 자제해 왔지만, 더이상 철광석 등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 논리로 볼때도 다른 봉형강이나 철근처럼 후판 가격만 올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
이에 따라 하반기 조선사들의 원가 부담은 커질수 밖에 없게 됐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후판 가격이 올해 상반기 톤당 5만원에 이어 하반기에도 또 다시 5~7만원 인상돼 조선업계의 원가 부담이 약 3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조선해양플랜트협회측은 "후판 가격 인상이 조선업 생존을 위협하는 만큼 조선소의 경영이 정상화할 때까지 인상 시기를 연기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협회는 "조선업계는 매출액 감소와 채산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해있다"며 "올해 선박 건조량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건조량(1400만CGT)보다 턱없이 적은 780만CGT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조선가(선박 가격) 역시 개선되고는 있으나 원자재가격 인상분 만큼 이뤄지지 않아 조선사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선박 제조원가의 15∼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 인상이라는 악재가 더해지면 올해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철강사들도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어려운 것은 알지만 조선사 만큼은 아니지 않느냐"며 "장기적으로 최대 수요처중 하나인 조선업계가 살아 남아야 철강사들한테도 이익이 될텐데, 상생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고 정부나 언론이 그런 점을 감안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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