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언론브리핑 일방적으로 수 차례 취소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언론을 향한 '갈 지(之)' 자 행보가 수사기간 내내 이어지면서 실제 수사도 같은 길을 걷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깊어진다.
특검 측 관계자는 14일 "언론 브리핑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초 정해진 브리핑 시각을 30분 앞둔 상황이었다. 브리핑을 생략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물었지만 특검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전날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특검 측은 브리핑 시각보다 한 시간 이전에 브리핑을 열지 않겠다는 입장을 언론에 밝혀왔다.
이같은 일방적 브리핑 취소는 처음이 아니다. 수사를 시작하고 수사 종료를 눈 앞에 둔 최근까지 특검의 사실상 일방적인 언론 브리핑 중단이 수 차례 이어졌다는 얘기다.
당초 특검은 지난 6월 말 수사를 공식적으로 시작하면서 언론과 정례적인 브리핑을 약속했다.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외의 수사과정에 관한 언론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는 특검법 제12조에 따른 당연한 절차였다.
2016년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직전 박영수 특검팀도 같은 수순을 밟았고 충실히 언론 브리핑을 열었다.
하지만 이번 특검은 지난 번과는 다소 달랐다. 특검은 고(故) 노회찬 의원 사망 직후인 지난달 말 일부 언론이 특검 측 발언 취지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오보'를 냈다는 이유로 브리핑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이번 수사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 첫 소환된 지난 6일에도 수사에 매진한다는 이유로, 혹은 현재 상황에서 언론에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언론 브리핑이 열리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현장에 진을 치고 있는 취재진들의 허탈감도 거듭됐다. 특검 수사를 둘러싼 추측성 보도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지만 이에 특검이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거의 유일한 공식 취재 루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드루킹' 김모(49)씨를 비롯한 구속 수감자에 대한 소환조사 여부를 공개하겠다는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검은 14일 오후 '서유기' 박모(32)씨를 소환해 조사 중이지만 이같은 사실은 언론에 전달되지 않았다.
각 수사팀을 총괄하는 특검보를 대동해 보다 자세한 수사 과정을 전하겠다는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문제는 이처럼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언론을 향한 특검의 오락가락 행보가 지금까지의 수사 과정과 꼭 닮아있다는 점이다.
특검은 지난 12일 송인배 청와대 비서관을 13시간 소환조사하면서 이번 댓글조작 의혹과 관련성이 먼 송 비서관의 불법정치자금 의혹을 수사하는 데 상당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법에 따라 이번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불법 사건이라면 수사 대상에는 포함될 수도 있지만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사건의 배후 등을 남김없이 밝혀내는 게 특검의 궁극적인 과제라는 것을 잊은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일각에서 '시간싸움'인 특검이 고 노회찬 의원에 대한 자금흐름 수사를 벌이면서 본질을 벗어난 무리한 수사를 벌인 것은 아닌지 지적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이제 특검 수사는 종료까지 11일을 앞두고 있다. 국민들은 수사가 끝난 후 취재진들이 그동안 느낀 허탈감을 느끼지 않기를 바라본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