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기 세력을 중심으로 국채 ‘숏’ 베팅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지만 국채 수익률이 예상과 상반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담배를 문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골드만 삭스를 포함한 투자은행(IB) 업계 역시 가파른 금리 상승을 점치고 있지만 국채 시장은 꿈쩍하지 않는 상황이다.
22일(현지시각)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투기 거래자들의 국채 숏 포지션이 지난 14일 기준 69만8194계약으로 파악됐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또 연초 불과 7만5840계약에 그쳤던 숏 포지션은 9배 이상 급증했다.
2분기 4.1%에 달하는 경제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상승 신호에 투기 거래자들이 국채 ‘숏’에 보다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IB의 전망도 이들과 맥을 같이 한다.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와 채권시장의 구루로 통하는 더블라인 캐피탈의 제프리 건드라크 대표가 10년물 국채 수익률의 5% 돌파를 점치는 등 국채 수익률 상승에 크게 무게가 실렸다 골드만 삭스 역시 금리 상승을 강하게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국채 수익률은 월가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새로운 저점으로 판단했던 3.0%에 안착하지 못하고 2.84% 선으로 밀렸고, 그 밖에 장단기 국채 수익률도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상황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 기조와도 상충한다는 지적이다. 연준은 올들어 두 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올해와 내년 각각 네 차례와 세 차례의 긴축을 예고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채권 트레이더들이 예상하는 9월과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각각 93%와 61%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채 수익률 상승을 예측하는 투자자들이 혼란스럽다는 표정을 짓는 것도 이 때문이다. US 뱅크 웰스 매니지먼트의 빌 메르츠 채권 리서치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모든 주변 상황이 금리 상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최근 상황이 뜻밖이라고 밝혔다.
터키를 포함한 신흥국의 위기 상황이 안전자산 수요를 부추긴 데 따른 결과라는 해석도 나왔다. 심지어 상황이 악화될 경우 10년물 수익률이 2.62% 선까지 밀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 국채 숏 포지션 가운데 상당 부분이 헤지 물량일 가능성도 제시됐다. 이 경우 숏 베팅 자체가 국재 수익률을 압박하는 셈이 된다.
인포마 파이낸셜 인텔리전스의 데이비드 아더 매크로 전략가는 “상당수의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국채 수익률 향방을 예상하는 일은 고난도의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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