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사우디 아라비아의 거대 석유기업 아람코의 대어급 기업공개(IPO)가 좌절된 가운데 당초 매각하기로 했던 5%의 지분이 중국에 넘어갈 가능성이 제기됐다.
원유 배럴[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과 무역 마찰로 인해 중국의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에 비상이 걸린 데다 상하이의 위안화 원유 선물 거래 도입으로 중국 정부가 미국의 에너지 패권에 도전장을 내민 상황을 감안할 때 설득력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사우디 측은 로이터의 아람코 IPO 취소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조건이 충족될 때 국내외 증시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투자은행(IB) 업계는 2년간 지루한 답보 상태를 보인 아람코의 IPO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2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가 2조달러의 자금 확보를 목표로 추진했던 아람코의 IPO가 불발됐지만 해당 지분 5%를 중국에 매각하는 카드가 남아 있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의 러시아 원유 수입이 늘면서 사우디의 비중이 줄어들었지만 중동 석유 강국은 여전히 중국 시장에서 강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중국의 원유 수입 물량 가운데 사우디의 비중은 12.4%를 차지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이란산 원유 수입에 제동이 걸린 데다 관세 전면전에 미국산 원유 확보 역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
실제로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석유 대기업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가 정부의 권고에 따라 원유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무역전쟁 리스크가 날로 고조되고 있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이와 별도로 아람코의 미국 시장 지배력은 위축되는 상황이다. 미국 셰일 업계의 대규모 원유 공급에 밀려나 시장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주변 여건을 감안할 때 페트로차이나와 시노펙을 포함한 중국 석유 메이저의 아람코 지분 인수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WSJ은 주장했다.
협상 방향에 따라 중국 국영 석유업체의 지분 매입과 장기 원유 공급 계약이 함께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위안화 원유 선물 도입으로 달러화 및 미국의 에너지 패권을 동시에 견제한 중국이 영향력을 한층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람코의 IPO를 통한 자금 확보가 무산된 데 따라 사우디는 해외 은행으로부터 최대 120억달러의 자금을 차입, 공백을 채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우디 국부펀드가 출범 후 처음으로 은행 대출을 받게 될 전망이다. 펀드는 차량 공유업체 우버와 해외 IT 산업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 석유 산업에 집중된 성장 동력의 다변화에 나섰으나 아람코의 IPO가 좌절되면서 자금 조달이 차질이 발생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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