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구직 사이트 ‘보이스피싱 모집책’ 공고 섞여
‘창고정리·재택알바·고수익’ 문구로 현혹... ‘취업사기’도 빈번
전문가 “개인정보 요구하면 의심하고 근거 확인해야”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알바천국·알바몬 등 취업포털사에 올라온 채용공고에 속은 구직자들이 보이스피싱 공범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조직적 범죄의 특성상 가담 행위만으로도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되는 중범죄 중 하나이다.
27일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형사9단독 김진희 판사는 사기 및 사기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보이스피싱 전달책 유모(20·남)씨에게 지난 17일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유씨는 지난 6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지시를 받고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두 차례 피해자의 돈을 편취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김 판사는 “초범인 점,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행으로 보이는 점, 일부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등을 유리하게 해석”했지만 “보이스피싱 범죄의 사회적 해악과 불량한 죄질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평범한 무직자였던 유씨는 어떻게 보이스피싱 범죄의 공범자가 됐을까. 경찰 조사 결과 유씨는 한 취업포털에서 ‘고액아르바이트 구인 공고’를 발견,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연락을 하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포털 사이트에 아르바이트·취업을 빙자한 보이스피싱 사기글이 끊이질 않아 구직자들이 보이스피싱 피의자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20~30대의 대포통장 비중은 전체의 47.2%(1만2587건)를 차지했다. 취업 사기를 당한 젊은층이 통장 계좌번호를 보이스피싱 조직원에 제공해 대포통장 명의인으로 등록된 경우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그 수법이 점점 다양화, 지능화되고 있다. 40대 주부 A씨는 지난해 1월 창고정리·단순사무·심부름 등의 업무가 적힌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보이스피싱 피의자가 됐다.
A씨는 심부름을 하던 중 “회사일인데 급하다”며 “개인 통장에 돈을 받아 공탁대리인에게 전해주라”는 지시를 받고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이후 실수라며 더 큰 돈이 들어왔고 A씨는 “남의 돈이 제 통장에 들어왔으니 지시하는 사람에게 빨리 돌려주면 되는 줄 알았다”며 제3자에게 전달했다. A씨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며 “예치시간이 임박했다면서 사람 혼을 빼놓았다”고 말했다.
30대 여성 B씨도 “몇 년 전 글을 복사해서 올리면 되는 간단한 업무를 구했는데 통장·카드 비밀번호를 알려줬다가 하루 만에 범죄자 신세가 될 뻔 했다”며 “주소지가 불분명한 광고글을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취업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서 한 구직자가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사진=취업포털사이트 캡처] |
보이스피싱인줄 모르고 가담했다 해도 남에게 통장을 빌려주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에 해당한다. 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경험한 구직자들은 “재택알바·사무보조 등 보이스피싱과 무관해보이는 알바 자리도 안전하지 않다”며 “계좌번호와 현금카드 유무를 물어보는 경우는 보이스피싱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출하라고 할 경우 먼저 의심을 하고 어떤 목적으로 필요로 하는 건지 확인을 해야 한다”며 “판단을 잘못했다 싶을 때는 경찰에 바로 신고해야 공범으로 오해받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