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현대차 분할합병 요구...위원회 구성도 제안
현대차는 “특정 주주 의사결정 참여 제한 규정 지킬 것” 거절
현대차 0.75% 하락... 모비스·글로비스·기아차는 올라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놓고 새로운 제안을 했다는 소식에 관련주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사진=현대기아차> |
7일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달 14일 현대차그룹에 현대모비스의 애프터서비스(A/S) 사업을 분리해 현대차와 합병하고, 모비스의 모듈과 핵심 부품사업을 물류업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담은 서신을 보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에 개편안을 논의할 위원회 구성도 제안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법적인 제약을 근거로 엘리엇의 제안을 거절했다. 국내 자본시장법에서는 기업의 중요 사안을 특정 주주에게만 알려주는 것을 엄격히 규제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 역시 “상장사는 특정 주주와 별도의 만남을 통해 주요 문제를 논의하거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뒤 주식시장에선 관련주들이 상반된 흐름으로 보여 눈길을 끌었다.
현대모비스와의 합병 대상으로 지목된 현대차는 전 거래일 대비 1000원(0.75%) 내린 13만30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최근 실적 기대감으로 3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장 초반 역시 오름세로 출발했으나 엘리엇 제안 소식이 전해진 직후 약세로 돌아섰다.
반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나란히 올랐다. 현대모비스는 전날보다 5500원(2.38%) 오른 23만7000원, 현대글로비스는 6500원(5.10%) 뛴 13만4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보유한 기아차 역시 1.78% 상승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합병비율에 따라 각 사 주가가 서로 엇갈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주주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 합병회사의 지분을 인수해야 하는 총수 일가와 일반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요소”라고 진단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모듈과 A/S부품 사업 부문을 떼어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합병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엘리엇과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기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를 비롯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 자문사도 일제히 ‘반대’ 의견을 내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엘리엇은 주주제안을 통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간 합병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초과보유 현금 축소를 통한 수익성 개선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주식 적정가치 검토 및 자산화 ▲자사주 소각 ▲순이익의 40~50%까지 배당률 상향 조정 ▲해외 기업 운영 경험이 있는 3명의 독립적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을 요구했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