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기준 사형집행국 23개국뿐
OECD 중 한·미·일만 사형제 명문화
몽골 등 세계 각국은 사형제 폐지 추세
인권위, “사형 집행중지 공식화” 권고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딸의 친구를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36) 사건이 사형제 찬반에 대한 논란으로 다시 불거지는 가운데 선진국 등 해외 사형제로 시선이 번져가고 있다.
지난 6일 서울고법 형사9부(김우수 부장판사)가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 추행유인, 사체유기, 마약류 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에서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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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 OECD 중 한·미·일만 사형제도 유지
전세계적으로 사형을 형법에 규정하고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유럽연합(EU)은 가입 조건으로 사형제 폐지를 내걸었을 정도다.
지난 4월 국제사면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형 집행국은 1998년 37개국에서 지난해 23개국으로 줄었고, 사형제 폐지를 명문화한 나라는 같은 기간 동안 70개국에서 106개국으로 대폭 늘어났다.
2018년 현재 OECD 36개국 중 이 중 한국과 미국, 일본만 형법상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마저도 한국은 지난 1997년 12월 30일 이후 11년 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는 군인 4명을 포함해 총 61명이 사형 확정 판결을 받고 수감되어 있다.
미국은 현재 연방정부와 워싱턴주를 비롯한 캘리포니아주, 네바다주, 텍사스주 등 32개주에서 사형제도를 명문화하고 있다. 텍사스주에서는 한 해에 20여건 내외로 사형을 집행하는 등 미국 내 최다 사형집행주로 기록되고 있다. 반면 뉴욕주와 하와이주, 코네티컷주 등 16개주는 사형제를 폐지했다. 특히 뉴욕주는 사형제를 ‘위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선진국 중 드물게 국가적으로 사형을 적극 집행하는 나라다. 일본 법무성은 지난 7월 옴진리교의 전 교주 아사하라 쇼코(麻原彰晃·본명 마쓰모토 지즈오)를 비롯해 6명의 옴진리교 간부들을 사형했다.
일본은 매해 사형 집행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사형제 유지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사형제를 지지한다”는 이유를 든다. 실제로 일본 국민들의 사형에 대한 찬성률은 꾸준히 과반을 넘겼고, 지난 2009년 말 일본 정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의 85.6%가 ‘사형제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 사형제 폐지한 나라들
프랑스는 70%에 육박하는 사형제 찬성률에도 사형제를 폐지한 대표적인 나라다. 프랑스는 1981년 법적으로 사형제 폐지를 명문화했다. 당시 프랑스는 대통령과 법무부장관 주도 하에 각계각층의 공개 토론을 통해 사형제 폐지를 이끌어냈다.
몽골은 2008년을 마지막으로 사형을 집행하고 정부 차원에서 사형제 폐지를 주도했다. 몽골의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은 2010년 사형 집행 유예를 발표했고, 2015년 완전히 사형제를 폐지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고(故)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석방 후 사형제 폐지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전개했다. 남아공은 1991년에 마지막으로 사형을 집행한 뒤 1995년에 일반 범죄에 대한 사형을 폐지했다. 같은 해 남아공 헌법재판소는 사형제도에 대해 위헌으로 판정한 뒤 1997년 사형을 전면 폐지했다.
이런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에 사형제 폐지를 약속하는 국제규약에 가입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11일, 전날 열린 인권위 전원회의에서 ‘사형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 가입권고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권고안을 통해 “우리나라는 현재 20년 이상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사형집행정지 상태”라며 “사형에 대한 집행중지를 공식화해 불합리한 결과를 시정해야 한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 씨 선고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영학 같은 중대범죄자의 무기징역에 반대합니다”, “범죄자들도 인권이 있다고 하지만 사형제 폐지는 반대” 등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사형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