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 “충성자금 바치고 나면 빈털터리나 빚쟁이 신세” 주장
[서울=뉴스핌] 하수영 수습기자 = 북한 당국이 지난 8월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석한 주민들에게 충성자금을 받치라고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함경남도의 한 소식통은 “지난 8월 금강산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북측 이산가족들이 남한 친척들로부터 받은 돈의 상당부분을 당국에 바쳤다. 충성자금 명목”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끝나면 북한 당국이 사상교양사업과 총화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북 전문가에 따르면 사상교양·총화사업은 이산가족 상봉행사 참석 가족들이 며칠간 남한 가족들과 접촉하며 자천타천 영향을 받게 된 자본주의의 때를 벗겨내는 작업이다.
소식통은 “총화사업에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북한 가족이) 남한 친인척으로부터 받은 선물 일체를 신고하는 것”이라며 “이 때 현금, 선물을 모두 보고해야 하는데 사탕 하나라도 빠뜨렸다가는 사단이 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신고 후에는 상봉가족 중 한 명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이번에 당과 조국의 크나큰 은혜로 남쪽 이산가족을 상봉하게 됐는데, 당과 조국에 대한 성의를 표시하자’며 충성자금을 바칠 것을 제의한다”면서 “나머지 사람들은 눈치를 채고 ‘옳소’하면서 박수로 충성스런 자금 헌납에 동의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말했다.
[금강산=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날인 지난 8월 26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을 마친 북측 허양한(91)과 딸 허남춘(83)이 슬픈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2018.08.26 |
이 소식통은 충성자금을 바치자고 맨 처음 제의한 사람은 사전에 당국이 사주한 사람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다른 북측 가족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감히 충성자금 헌납에 반발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충성자금의 액수는 자율적이다. 하지만 실제로 자율적으로 헌납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대북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명부를 돌려 본인이 금액을 알아서 적지만,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냈는지 눈치를 살피다가 대체로 남한 친척에게서 받은 금액의 절반 정도를 적어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또 다른 주민소식통은 “나머지 절반의 현금은 상봉행사 준비기간 집체교육을 위해서 한달 동안 제공한 숙식비와 상봉행사를 위해 국가에서 마련해준 옷과 선물 비용으로 지출한다”면서 “고향에 돌아가면 상봉행사에 간여한 간부들 인사 치레와 동네 이웃들에게 술 한잔 내는 비용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또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봉행사가 끝난 후에는 남쪽 가족이 전해 준 돈이 별로 남는 게 없고, 자칫하면 받은 돈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해 빚을 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한편 정부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남측 가족이 북측 가족에 최대 미화 1500달러까지만 현금을 줄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선물의 경우도 귀금속, 전자기기, 가죽이나 모피 제품, 한국 돈으로 10만원 이상의 주류, 고가 화장품, 고가의 시계, 악기, 골동품 등은 줄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