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매달려서라도…하염없이 눈물만
"편지가 곧 될거야"…떠나는 누나, 차마 쳐다볼 수 없어
[서울=뉴스핌] 공동취재단 노민호 기자 = 65년의 넘는 긴 세월을 기다린 끝에 2박3일 간이라는 짧은 만남의 시간을 가진 남북 이산가족들이 다시 한번 기약 없는 이별을 했다. 분단의 현실이 만들어낸 ‘생이별의 비극’은 26일 작별상봉 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금강산=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2박 3일 간의 이산가족 상봉행사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마지막 일정 작별상봉을 마친 가운데 남측 이산가족들이 버스에 탑승한 북측 가족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18.08.26 |
◆취재하던 친북매체 기자도 눈물
북측 오빠 정선기(89)씨는 9번 버스에 올라 남측 여동생 정영기(84)씨를 기다렸다. 다른 가족들은 남측 가족과 손을 잡고 오열하자, 그는 가족들이 왜 안오는지 긴장되는 눈빛으로 버스 안에서 남측 가족들을 기다렸다.
그때였다. 남측 여동생 정영기씨는 달려와 버스에 매달리며 “아이고. 아이고”라며 통곡했다. 오빠는 여동생의 손을 잡고 놓지 못하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버스가 출발하려고 하자 여동생은 다시 버스에 매달려 오빠의 손을 조금이라도 더 잡아보려고 했다.
버스가 떠나자 정영기씨는 가족들과 부둥켜안으며 “아이고. 이를 어째. 아이고. 아이고. 오빠를 어떻게. 아이고”라며 오열했다.
이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기자도 울음을 터트렸다.
조선신보의 김숙미 기자는 정 씨의 손을 잡고 “어머니, 제가 잘할게요. 제가 열심히 해서 꼭 같이 사는 날이 오도록 노력할게요”라며 오열했다.
[금강산=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2박 3일 간의 이산가족 상봉행사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마지막 일정 작별상봉을 마친 가운데 남측 이산가족들이 버스에 탑승한 북측 가족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18.08.26 |
◆“편지가 곧 될거야”…떠나는 누나, 차마 쳐다볼 수 없어
북측 형 권혁만(86)씨를 만난 동생 권혁찬(84), 권혁빈(81)씨는 “다시 만나자”며 7번 버스 창문을 열고 형 권혁만씨와 북측 딸 권순숙(57)씨의 손을 꼭 잡았다.
동생 권혁빈씨는 “다음 만나실 때까지 건강해요. 형님 오래오래 사쇼”라며 “편지가 곧 될거야. 나중에 편지를 교환하자. 만나자고 하면 금방 달려나갈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북측 딸 권순숙씨 “작은 아버님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라며 “조국을 통일하자요”라며 눈물을 흘림. 남측 동생 권혁찬씨는 눈물을 흘리는 북측 형과 조카에게 “울지마”라고 말하지만 본인도 흐르는 눈물을 주채할 수 없었다.
북측 누나 박완배(84)씨가 다른 남측 동반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가운데, 남측 남동생 박성배(69)씨는 누나를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는 버스를 등진 채 통곡할 수밖에 없었다.
박성배씨는 누나가 탄 버스가 떠나자 길 가운데 서서 눈을 감고 “누나”를 부르며 목 놓아 울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차 상봉은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됐다. 이들은 사흘간 총 6차례, 12시간동안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날 오후 1시18분 북측 상봉단을 버스가 먼저 떠난 후, 남측 상봉단을 태운 버스도 얼마 있다 출발했다.
버스는 오후 3시25분쯤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한 뒤 37분쯤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로 귀환했다.
noh@newspim.com